일반의약품값 일제히 오른 까닭은
최근 일반의약품 가격이 일제히 인상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제품별로 인상 시기가 제각각이었는데 올해 유독 가격이 상향 조정되는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가격이 오른 제품은 후시딘, 마데카솔, 쌍화탕, 까스활명수, 훼스탈, 겔포스 등 약 20개 제품이다. 30여 개 제품의 약값이 대거 인상된 2012년 이후 가장 많다. 올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을 고려 중인 제품이 있어 이를 포함하면 2012년 수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반의약품은 식품, 음료와 달리 가격 인상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식음료는 제조원가에서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우유 달걀 밀가루 등 원자재값 인상에 따라 가격이 오른다. 일반의약품은 상대적으로 원료 비중이 낮다. 합성의약품은 제조원가가 거의 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 경우 글로벌 수급 현황에 따라 가격이 변동된다. 그러나 제약사들이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대량으로 원료를 사오기 때문에 즉각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제약사마다 원료 수급처와 계약 만료 시기가 다른 까닭에 가격 인상 시기도 천차만별이다. 제약업계에서는 보통 3년에 한 번 공급가를 인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6년 이후 3년 만에 가격을 올린 타이레놀, 마데카솔, 임팩타민, 겔포스 등이 대표적이다.

제약사들은 올해 약가 인상이 많은 이유로 원부자재값과 인건비 인상을 들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복제약가 인하 정책과 환율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생산 가용 인력이 줄었고 추가 인력 고용에 따라 비용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원료 수입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복제약가 인하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일반약값을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4월 정부가 일괄 약가 인하를 단행한 뒤 제약사들이 일반약값을 대거 올렸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올초 복제약 허가 시 오리지널 약과 안전성 및 효능이 같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공동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제도를 차례로 폐지하고 복제약값을 차등 인하하는 방안을 내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은 건강보험 급여 정책에 묶여 가격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 가격을 올려 수익을 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