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람 쿠팡 핀테크(기술금융)부문 리더 (사진)는 2015년 하반기 김범석 대표에게 ‘로켓페이’(현 쿠페이)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매번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운 결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도록 시스템을 바꾸자고 했다.

김 대표는 “즉시 진행하자”며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로켓페이 팀원들은 독립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한다고 생각하고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로켓페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정 리더가 주도한 로켓페이팀은 그해 말 결과물을 내놨다. ‘구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결제 시스템을 개발했다. 다른 페이처럼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지문을 인식하도록 할 필요도 없게 됐다. 부정 사용이 의심될 때만 비밀번호와 지문 인식을 요구했다. 쿠팡 회원 상당수는 결제 과정을 인식하지 못한다. 신용카드 등을 한 번 등록해 놓으면 그 다음엔 ‘구매’ 버튼만으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명칭을 쿠페이로 바꾼 로켓페이는 쿠팡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4월 핀테크 부문 각자 대표로 승진했다.

정 대표는 19일 사내게시판에 글을 하나 올렸다. “쿠페이 이용 고객이 1000만 명을 돌파했다”는 내용이었다. 쿠팡 한 곳에서만 쓸 수 있는 페이로 거둔 성과다. 쿠팡에 앞서 가입자 1000만 명을 넘긴 간편결제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스마일페이 등이 있다. 이들 페이는 쿠페이와 달리 온·오프라인에서 수많은 사용처를 두고 있다.

쿠팡은 쿠페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최근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음식배달 ‘쿠팡이츠’에도 쿠페이가 들어갔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