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은 자신이 근무했던 영국 해군성 사례를 이론 입증의 논거로 제시했다. 1914년 62척이던 영국 주력 함정은 1928년 20척으로 67.7% 감소했고, 이 기간 해군 병력도 14만6000명에서 10만 명으로 31.5% 줄었다. 반면 해군성 공무원은 2000명에서 3569명으로 78.4% 급증했다. 파킨슨은 이를 “영국은 공무원의 ‘창의적인 인력 창출’ 덕분에 ‘웅장한 지상해군’을 건설했다”고 냉소적으로 표현했다.
공무원 수는 업무량과 무관
식민지를 관장하던 영국 식민성 사례도 이와 비슷했다. 식민성은 1935년 직원 수가 372명에 불과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들이 대거 독립한 1954년에는 되레 1661명으로 늘었다. 파킨슨은 두 부처의 인력 증가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공무원 수는 업무량 변화와 상관없이 해마다 평균 5.75% 증가한다”고 결론 내렸다.
파킨슨은 ‘부하배증(部下倍增)’과 ‘업무배증(業務倍增)’을 ‘파킨슨 제1 법칙’ 원인으로 지목했다. 관리자는 승진하기 위해 부하를 늘리려고 하는 반면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무원은 서로를 위해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격무에 시달린다고 믿는 공무원이 ‘과로’를 벗어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다. 사표를 쓰거나, 동료에게 협조를 구하거나, 잡일을 도울 부하 A와 B를 채용하는 것이다. 유사 이래 거의 모든 공무원들은 부하를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사표를 내면 근무 연한을 못 채워 연금을 받을 수 없고,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무능하다는 딱지 때문에 승진 경쟁에서 밀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부하를 두 명 이상 두는 것도 매우 계산적이다. 한 명만 두면 업무를 분담해야 한다. 이는 부하가 아니라 동등한 동료를 의미한다. 따라서 ‘머리가 돌아가는’ 상사는 반드시 부하를 두 사람 이상 둬서 서로 견제하고 서열을 지키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력이 늘었다고 업무량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파킨슨은 조직이 커질수록 왜 조직의 낭비와 비효율이 덩달아 커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가 1950년대 후반에 제시한 ‘파킨슨 제2 법칙(지출은 수입만큼 증가한다)’은 정부가 세금을 계속 올릴 수 있는 동안에는 공무원 수가 무한정 늘어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관료 조직의 자기증식으로 ‘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부하 A와 B는 저마다의 ‘A와 B’를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한다. 과잉 충원된 공무원의 일은 불필요한 것이거나, 적어도 비효율적인 일이 대부분이다. 지시, 감독, 보고, 승인 등 ‘관리를 위한 관리’가 늘어나 공무원들도 끝없이 일에 짓눌린다.”
파킨슨은 각종 정부 위원회와 의회의 비효율성도 질타했다. ‘한 안건을 논의하는 시간은 그 안건에 포함된 예산액에 반비례한다’ ‘회의에서 처음부터 일곱 번째 안건까지는 열심히 논의하다가 그다음부터는 쉽게 넘어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위원회를 늘리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행정은 없다. 위원회가 필요하더라도 극히 소수여야 한다. 전문성과 영속성을 살리려면 5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이상적이다. 5명은 모이기도 쉽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민주적 과정’을 과시하려고 이런저런 사람들을 끌어모으면 효과적인 회의 진행이 어려워진다. 위원이 20명 안팎이면 이너서클이 구성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들러리로 전락한다.”
무능·질시 판치는 비대화된 조직
파킨슨은 비대화된 조직이 왜 병들어 가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직이 팽창하면 급속히 관료화되게 마련이다. 이런 조직문화에서는 둔하고 고집 센 고위 간부들, 경쟁 상대에 대해 음모를 꾸미는 데 골몰하는 중간 관리자들, 체념적이거나 어리석은 하급 직원들이 늘어난다.
“관료화된 조직은 인재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꺼린다. 간부들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고용해 자신의 무능이 드러나는 것을 막는다. 서서히 조직 내 무능과 질시가 증가하고 보신주의가 만연해진다. 자연히 조직 전체가 무능해진다. 관료화된 조직에서는 인재들이 상사들과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견제받아 살아남기도, 출세하기도 힘들다.”
‘파킨슨의 법칙’은 생산성과 무관하게 끊임없이 비대해지는 조직 속성을 일깨워준다. 비대화는 ‘무능과 질시’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예외없이 확산시키기 때문에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비대화된 조직은 긍정적인 변화보다는 자리 지키기와 경쟁자 밀어내기를 위한 투서와 음모에 열중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경쟁력이 생겨날 수 있겠는가.”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