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앞두고 이도훈 "한미 전 남북정상회담"…비건 "유연한 접근"
3월 트럼프 '제재철회 트윗' 이후 첫 제재 조치 주목
한미북핵대표 北에 대화재개 촉구…美재무부는 러 회사 대북제재
한미 북핵 수석대표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나란히 민간행사에 참석, 북한의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또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관련, 한반도 대화 프로세스에 대한 촉매제 역할을 기대하는 등 북미교착의 돌파구 마련에 주력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날 동시에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는 등 시 주석의 방북을 몇시간 앞두고 밀착 과시에 나선 북·중을 향한 경계의 메시지도 발신하며 강온 병행에 나섰다.

한국 시간으로 20∼21일 이뤄지는 시 주석의 방북을 시작으로 이달 후반부 남·북·미·중 간 릴레이 정상 외교전과 맞물려 북핵 문제가 분수령을 맞은 가운데 비핵화 협상 판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주체별 셈법과 역학 구도도 더욱 복잡하게 돌아가는 양상이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이날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동아시아재단과 개최한 전략대화 행사에 참석, 차례로 기조연설을 하고 대담 형식으로 함께 질의응답을 하며 한반도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본부장은 "북한에 있어 지금은 놓쳐서는 안 되는 황금의 기회(golden opportunity)"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통해 대화 모멘텀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한 남북관계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한 결단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대화 재개에 나설 것을 강조하면서 "다가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북한이 호응해올 것을 재차 촉구한다"며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 방안을 다시 한번 북측에 제안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과의 협상을 향한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실질적인 방식으로 대화를 재개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면서 "북미 양측 모두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것만이 외교 안에서 진전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한 대화 재개 의지를 밝혔다.

그는 북한의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조치' 없이는 충분한 진전을 이룰 수 없다면서도 실무협상의 전제조건은 따로 없다며 '조건 없는 대화 재개' 입장을 공식화했다.

특히 이날 발언은 비건 특별대표가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내주 먼저 방한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북미 간 전격적인 실무접촉 성사 여부 등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미 북핵 수석대표는 시 주석의 방북과 관련, 북한의 조속한 대화 복귀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나란히 내비쳤다.

이 본부장은 기조연설에서 "대화 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문일답에서도 "미래에 희망을 건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등 북미 간 고위대화를 앞두고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던 전례를 언급, "이러한 패턴이 이번에도 적용되길 바란다"면서 시 주석이 건설적이고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일문일답을 통해 미·중이 무역 갈등을 비롯, 여러 영역에서 경쟁과 불일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는데 있어서는 꽤 좋은 관계를 구축해왔다.

이 경우 미국과 중국의 국익이 일치한다"며 "시 주석이 평양 방문 기간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건설적이면서도 적절한 메시지를 계속 보낼 것이라는 모든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북핵 수석대표는 이날 오전 한미간 공조를 과시하며 북한에 대화 재개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했으나, 미 재무부는 약 4시간 후 북한이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제재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 회사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북한의 2차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있었던 지난달 9일 미국이 국제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 호를 압류한 바 있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제재 철회 트윗 파문 와중에 추가 제재 중단 방침을 언급한 이후 이뤄진 첫 대북제재여서 배경이 주목된다.

미 재무부측은 제재 방침과 관련, 사전에 주미 대사관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의 방북과 맞물려 중국의 대북제재 공조 이탈을 차단하면서 북한의 대화 복귀 견인 역할을 하라는 차원의 대중(對中)경고 차원도 있어 보이지만, 공교롭게 한미 북핵 대표가 북한에 유화 제스처를 보낸지 몇시간 만에 미 행정부의 강경 조치가 이뤄지면서 대화 재개 메시지가 가려지게 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이 본부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한국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됐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국제적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면서도 "그러나 제재가 '만능해법'(Magical solution)이 아니다.

제재는 그저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가져오는 도구"라고 밝혔다.

일문일답 과정에서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질문에 비건 특별대표는 북미 간에 그 개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하자 이 본부장은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