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3개월 연기했는데 아직도 공사중"...아산 신원더파크2차 아파트 입주자 피해
충남 아산의 신축 아파트 단지가 공사 지연으로 입주일이 연기되면서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행사는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피해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아산에 사는 신모씨는 5개월째 이삿짐을 보관소에 맡기고 있다. 신씨는 지난해 11월 계약금 1750만원을 내고 59㎡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았다.

계약 당시 올해 2월 입주예정에 맞춰 1월 기존 아파트를 처분했다. 이삿짐을 보관소에 맡기고 입주 예정일에 맞춰 짐을 옮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입주 예정일이 5월로 연기되면서 모든 일정이 틀어졌다.

신씨는 “하루 7000원의 보관료를 내고 한달 후 이사하려고 했지만 입주일이 늦어지는 바람에 어머니 집에서 얹혀 살고 있다”며 “아직까지 공사가 끝나지 않아 다른 아파트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최모씨는 신혼집 마련의 꿈은 고사하고 결혼을 약속한 연인과 헤어졌다.

지난 4월 결혼날짜를 잡았지만 입주일이 늦어지면서 계약을 취소하자는 여자친구와의 다툼이 원인이었다.

최씨는 “당시 계약을 해지하면 위약금을 물어야하기 때문에 결혼을 늦추더라도 기다리자고 설득했지만 여자친구는 완강하게 다른 집을 구하자는 바람에 의견충돌이 생겼다”며 “입주에 차질이 생기면서 생각지 못하게 피해자가 많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아산시에 따르면 K시행사는 2016년 법곡동 1만4293㎡에 지하2층 지상 20층 5개 동에 전용면적 59㎡ 248가구와 74㎡ 121가구 등 총 369가구를 분양했다.

이 시행사는 지난해 12월 시공사 부도로 입주 예정일을 올해 2월에서 5월로 3개월 연기했다. 아파트 진입로(도시계획도로)와 우수관로 공사가 끝나지 않아서다.

우수관로 공사를 위해 인근 토지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토지주가 공사 진행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공사지연으로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 7일 아파트 임시사용승인을 내줬다. 이날부터 아파트 입주는 가능해졌지만 준공허가가 나지 않아 입주 예정자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준공허가가 나야 등기를 근거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입주 예정자들도 불만이다. 손모씨는 “입주가 늦어지고 완공이 언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계약을 이어갈 수 없어 해지하려는 분양자들이 30여 명에 이른다”며 “계약서상 3개월 이상 입주가 지연될 경우 해지사유가 명시돼 있음에도 시행사가 법률 검토를 운운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행사 측은 계약해지 요구에 외부 법률 검토 후 해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시행사 관계자는 “외부 기관에 해지사유가 되는지 법률 검토를 의뢰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임시사용승인 기간을 7월 말까지 받아놓은 상태로 그 안에 모든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산시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은 시행사와 분양자들의 계약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직접적으로 입주자들의 피해를 해결해 주긴 어렵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시행사 측에 관련 내용을 즉각 통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