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1년…업무시간 단축만으론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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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Study
(1) 생산성 향상 전략
(1) 생산성 향상 전략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오후 5시30분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앞에서 퇴근한 연구원들이 셔틀버스를 타러 가고 있는 모습이다. 마곡동 일대는 이때부터 교통정체가 시작된다. 한경DB](https://img.hankyung.com/photo/201906/AA.19911304.1.jpg)
가짜 워크 다이어트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워크다이어트 노력이 업무시간 다이어트에 그치는 경우입니다. 업무를 줄이지 않으면서 업무 시간만 단축하는 다이어트를 말합니다.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었던 일을 왜 지금까지는 긴 시간에 걸쳐 했을까요. 주어진 일을 마쳐도 어차피 상사 눈치를 보느라 정시에 퇴근하지 못할 분위기라서 서둘러서 일할 필요가 없고, 일을 일찍 끝내면 다른 일이 더 생기는 부작용도 있으니 밀도 있게 일할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핵심업무 중심으로 다이어트를
두 번째, 엉뚱한 워크다이어트를 하는 경우입니다. 근무시간이 줄면서 직원들이 일을 덜하고는 있는데 엉뚱하게도 핵심업무를 덜해서 기업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 외곽과 경기 일대에 있는 대기업의 인근 도로에는 퇴근 시간에 통근 버스로 정체가 발생합니다. 그날의 업무를 다 마치지 못하더라도 퇴근 버스를 타야 하니 ‘오늘은 이만’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직원들이 많은 것이지요. 이 바람에 프로젝트의 내부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다는 신문 기사가 나기도 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프로젝트 계획부터 현실적으로 다시 만들어 해결해야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생산성 하락이 불 보듯 뻔합니다.
해법은 있습니다. 업무시간 다이어트는 그만하고 업무 분류부터 시작하는 것이지요. 핵심 업무와 비핵심 업무를 구분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진짜 다이어트를 할 수 있습니다. 직장인이 즐겨 마시는 커피에 빗대어 업무 종류를 분류해보겠습니다.
첫째, 농축된 에스프레소 같은 핵심 업무. 지식 노동의 상당 부분이 에스프레소와 비슷해서 지식과 경험을 농축해야만 밀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보고서를 하나 쓰려 해도 최소 2~3시간 동안 방해받지 않고 생각에 생각을 더해야 하지요. 기업들이 집중근무제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주일에 몇 시간씩 집중근무제를 도입해서 직원들이 에스프레소 업무에 몰입하게 유도해 보면 어떨까요.
카페라테 같은 워크 다이어트를
둘째, 절반 이상이 우유인 카페라테 업무. 지식노동자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와 지식에 올라타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스마트폰의 대명사인 아이폰을 보면서 신기술이 가득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묶어 새로운 상품으로 개발해낸 상품개발자의 영민한 능력에 감탄하지요. 고급 지식마저도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요즘, 지식의 양은 더 이상 지식노동자의 근본적 능력 차이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보다는 이미 있는 정보와 지식을 재구성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품을 만드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들이 하나같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개인 간, 부서 간 소통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지식과 지식을 결합해 새로운 상품,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유도합니다. 이런 까닭에 카페라테 업무도 다이어트 대상이 아닙니다.
![주 52시간제 1년…업무시간 단축만으론 한계](https://img.hankyung.com/photo/201906/AA.19911439.1.jpg)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해서 늘 일정에 쫓기고 있나요. 그렇다면 워크다이어트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에스프레소 업무에 집중해 성과를 배가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용성 < 피플앤비즈니스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