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0주년' SH공사, 맞춤형 주거복지·도시재생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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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SH공사
창립 30주년 맞은 SH공사
도시재생 전문 공기업 변신
도시공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
창립 30주년 맞은 SH공사
도시재생 전문 공기업 변신
도시공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
“건물 외벽에 SH 로고는 빼 주세요.”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지난해 1월 취임 후 업무 파악을 할 때 한 시민으로부터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요구였다. 그 시민은 “품질은 뛰어나지만 ‘SH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라고 주변사람들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런 인식부터 먼저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품질에 걸맞은 새로운 임대주택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청신호’ 브랜드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도시재생·스마트시티 시대 개척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SH공사는 23조원이 넘는 자산을 지닌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다. 자산 규모로만 보면 국내 20대 기업군에 속한다. 서울 집값이 치솟으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던 1980년대 말 저렴한 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건설하기 위해 자본금 3000억원의 공기업으로 출발했다. 설립 이래 서울 주거지의 3.3%(20㎢)에 해당하는 땅을 택지로 개발했다. 수서, 개포, 가양, 방화, 상암, 세곡, 내곡, 천왕, 은평뉴타운 등이다. 택지뿐 아니라 마곡산업단지, 동남권 물류단지(가든파이브) 등 다양한 도시인프라도 SH공사의 작품이다. 또 19만4000가구의 임대주택을 직접 지어 관리하고 있다.
김 사장이 취임한 이후 SH공사는 주거복지 및 도시재생 전문 공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시대적인 요구가 변해서다. 대량 주택 공급은 어느 정도 충족됐다. 더 이상 개발할 땅도 남아 있지 않다. 반면 노후화가 진전되면서 기존 도심을 어떻게 재생시키느냐가 화두가 됐다. 주거 복지 수요도 단순한 임대주택 공급에서 매입임대 전세임대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새로운 사업 영역도 개척하고 있다. 부동산 운영·관리, 관광지 개발, 산업거점 개발 등이다.
수요 변화에 맞춰 임대주택 구조 혁신
SH공사는 작년 한 해 동안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1~2인 가구 임대주택 브랜드 ‘청신호’를 준비했다. 단순히 브랜드명만이 아니라 임대주택의 개념을 바꾸기 위해 고민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00명의 서울 시민(청년, 신혼부부)을 대상으로 수요층 요구사항 설문 조사를 했다. 그러자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기존 주택에서 줄이고 싶은 공간 1순위로 주방이 꼽혔다. 1~2인 가구가 배달 음식, 반조리 음식 등을 선호하면서 주방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반면 수납공간, 아파트 같은 커뮤니티시설 등은 선호하는 시설로 꼽혔다.
SH공사는 이런 요구를 반영해 청신호를 설계했다. 주방은 최소화했다. 대신 거실, 침실 등을 3.3㎡씩 넓혔다. 수납공간도 한 칸 더 늘렸다. 김 사장은 “커피를 밥보다 많이 먹는 최근 트렌드가 그대로 나타났다”면서 “싱크대를 넣을 비용으로 에어컨을 설치해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입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청년과 신혼부부가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가 세탁실이란 점에 착안해 빨래가 다 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와인도 한 잔하고, 일도 하고, 간단한 수리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배치했다.
김 사장은 “민간아파트 못지않은 시설을 갖추기 위해 청신호 아파트에 작은 도서관, 놀이방, 빨래방, 경로당 등을 넣기로 했다”며 “주거 복지에서 한 걸음 더나아가 공간 복지를 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시민기업 될 것”
창립 30주년을 맞은 SH공사는 지난 30년간의 변화와 고민을 담아 ‘도시공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새로운 미션과 ‘스마트 시민기업’이라는 비전을 정립했다. 청년 일자리 부족, 신혼부부·청년가구의 주거불안 가중, 대규모 택지공급 부재 등의 문제점과 4차 산업혁명, 1인가구 확대 등 급격한 인구·기술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SH공사는 비전과 새 미션 수립을 위해 임직원 설문조사와 인터뷰, 시민토론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시민토론회에서 시민들은 “1인 가구를 위한 공동 주택 건설이 필요하다” “서울 시민들의 이야기와 현장의 소리를 많이 들어주면 좋겠다” 등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그런 의견을 반영하고 내부 고민의 결과를 담아 지난 2월 새 비전과 미션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스마트 시민기업이란 신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주택 공급 방식 변경이 대표적이다. SH공사는 서울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대규모 택지개발 대신 도심 유휴 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도로 위에 집을 짓는 북부간선도로 입체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임대주택 유형도 다양화해 어르신주택, 도전숙, 청년 주택 등 다양한 계층과 수요에 맞춘 맞춤형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새 미션인 ‘도시공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서도 다양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주거문제를 해소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도 함께 고민하면서 서울이란 도시공간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김 사장은 “4차 산업혁명 등 스마트시대가 도래하고 시민 참여 요구가 증가하는 등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사업과 조직 운영 전반의 혁신이 필요했다”며 “혁신을 통해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지난해 1월 취임 후 업무 파악을 할 때 한 시민으로부터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요구였다. 그 시민은 “품질은 뛰어나지만 ‘SH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라고 주변사람들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런 인식부터 먼저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품질에 걸맞은 새로운 임대주택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청신호’ 브랜드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도시재생·스마트시티 시대 개척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SH공사는 23조원이 넘는 자산을 지닌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다. 자산 규모로만 보면 국내 20대 기업군에 속한다. 서울 집값이 치솟으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던 1980년대 말 저렴한 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건설하기 위해 자본금 3000억원의 공기업으로 출발했다. 설립 이래 서울 주거지의 3.3%(20㎢)에 해당하는 땅을 택지로 개발했다. 수서, 개포, 가양, 방화, 상암, 세곡, 내곡, 천왕, 은평뉴타운 등이다. 택지뿐 아니라 마곡산업단지, 동남권 물류단지(가든파이브) 등 다양한 도시인프라도 SH공사의 작품이다. 또 19만4000가구의 임대주택을 직접 지어 관리하고 있다.
김 사장이 취임한 이후 SH공사는 주거복지 및 도시재생 전문 공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시대적인 요구가 변해서다. 대량 주택 공급은 어느 정도 충족됐다. 더 이상 개발할 땅도 남아 있지 않다. 반면 노후화가 진전되면서 기존 도심을 어떻게 재생시키느냐가 화두가 됐다. 주거 복지 수요도 단순한 임대주택 공급에서 매입임대 전세임대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새로운 사업 영역도 개척하고 있다. 부동산 운영·관리, 관광지 개발, 산업거점 개발 등이다.
수요 변화에 맞춰 임대주택 구조 혁신
SH공사는 작년 한 해 동안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1~2인 가구 임대주택 브랜드 ‘청신호’를 준비했다. 단순히 브랜드명만이 아니라 임대주택의 개념을 바꾸기 위해 고민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00명의 서울 시민(청년, 신혼부부)을 대상으로 수요층 요구사항 설문 조사를 했다. 그러자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기존 주택에서 줄이고 싶은 공간 1순위로 주방이 꼽혔다. 1~2인 가구가 배달 음식, 반조리 음식 등을 선호하면서 주방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반면 수납공간, 아파트 같은 커뮤니티시설 등은 선호하는 시설로 꼽혔다.
SH공사는 이런 요구를 반영해 청신호를 설계했다. 주방은 최소화했다. 대신 거실, 침실 등을 3.3㎡씩 넓혔다. 수납공간도 한 칸 더 늘렸다. 김 사장은 “커피를 밥보다 많이 먹는 최근 트렌드가 그대로 나타났다”면서 “싱크대를 넣을 비용으로 에어컨을 설치해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입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청년과 신혼부부가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가 세탁실이란 점에 착안해 빨래가 다 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와인도 한 잔하고, 일도 하고, 간단한 수리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배치했다.
김 사장은 “민간아파트 못지않은 시설을 갖추기 위해 청신호 아파트에 작은 도서관, 놀이방, 빨래방, 경로당 등을 넣기로 했다”며 “주거 복지에서 한 걸음 더나아가 공간 복지를 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시민기업 될 것”
창립 30주년을 맞은 SH공사는 지난 30년간의 변화와 고민을 담아 ‘도시공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새로운 미션과 ‘스마트 시민기업’이라는 비전을 정립했다. 청년 일자리 부족, 신혼부부·청년가구의 주거불안 가중, 대규모 택지공급 부재 등의 문제점과 4차 산업혁명, 1인가구 확대 등 급격한 인구·기술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SH공사는 비전과 새 미션 수립을 위해 임직원 설문조사와 인터뷰, 시민토론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시민토론회에서 시민들은 “1인 가구를 위한 공동 주택 건설이 필요하다” “서울 시민들의 이야기와 현장의 소리를 많이 들어주면 좋겠다” 등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그런 의견을 반영하고 내부 고민의 결과를 담아 지난 2월 새 비전과 미션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스마트 시민기업이란 신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주택 공급 방식 변경이 대표적이다. SH공사는 서울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대규모 택지개발 대신 도심 유휴 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도로 위에 집을 짓는 북부간선도로 입체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임대주택 유형도 다양화해 어르신주택, 도전숙, 청년 주택 등 다양한 계층과 수요에 맞춘 맞춤형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새 미션인 ‘도시공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서도 다양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주거문제를 해소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도 함께 고민하면서 서울이란 도시공간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김 사장은 “4차 산업혁명 등 스마트시대가 도래하고 시민 참여 요구가 증가하는 등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사업과 조직 운영 전반의 혁신이 필요했다”며 “혁신을 통해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