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는 재지정 평가에서 79.61점을 받았다. 전북교육청이 설정한 커트라인(80점)을 간발의 차로 넘지 못했다. 전북교육청은 교육부 권고 기준인 70점보다 10점 높게 잡았다. 전북을 제외한 여타 지역교육청들은 교육부 권고대로 70점을 기준 점수로 설정했다. 형평성 논란이 이는 대목.
만약 상산고가 다른 시·도에 위치했다면 이번 평가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타 지역 자사고는 70점대 초반으로 재지정되는 데 반해 상산고는 80점에 육박하는 평가 점수를 받았음에도 자사고 지위를 잃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상산고가 자사고 재지정 취소 발표 직후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적 대응하겠다”며 강력 반발한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폐지 및 일반고 전환에 방점을 찍고 교육정책을 추진해왔다. 자사고·특수목적고가 일반고보다 먼저 신입생을 선발하던 것을 바꿔 지난해부터 일반고와 동시선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상산고 재지정 취소로 교육감 권한으로 기준 미달 자사고를 탈락시키는 선례까지 생기게 됐다.
교육감이 재지정 취소를 하려면 해당 자사고 청문 절차를 거쳐 교육부 장관 동의를 얻어야 한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5년마다 이뤄진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교육감 권한으로 자사고 재지정을 취소한 경우가 없었다. 지난 2014~2015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관내 자사고 재지정 철회 결론을 내렸으나 당시 황우여 부총리가 ‘부동의’해 원상 복귀된 전례가 있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정권에 따라 교육정책이 180도 바뀐다는 것이다. 교육정책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안정성·일관성이 더 필요하다”면서 “이번처럼 교육감이 결론을 정해놓고 자의적으로 평가해 점수를 부여하면 탈락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공은 교육부로 넘어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자사고 재지정 취소 요청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전북교육청이 다른 시도교육청보다 커트라인을 높게 설정한 점이 ‘절차상 문제’에 해당하는지가 최종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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