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하청 업체들에 중국 내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는 데 들어가는 비용 산정을 요청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그간 가능성만 제기되던 애플의 ‘차이나 엑소더스’가 실제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1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주요 협력사들에 생산시설의 15~30%가량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데 따른 비용 영향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요청을 받은 기업에는 아이폰 조립 업체 폭스콘과 페가트론, 맥북 제조 업체 콴타컴퓨터, 아이패드 조립 업체 콤팔, 아이팟 제조사 인벤텍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애플이 새로운 생산거점 후보지로 멕시코와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스마트폰 공장 설립지로는 인도와 베트남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닛케이는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미·중 무역협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이 이어지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데 따른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애플이 생산시설 이전을 단행할 경우 중국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중국에서 1만 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약 500만 명이 애플의 중국 생산라인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애플 하청업체 관계자는 “생산시설 이전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애플이 요구한다면) 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결정이 무역분쟁 문제를 넘어선 장기적 관점에 따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소식통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합의에 이르게 되더라도 애플은 생산시설의 탈(脫)중국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높아지고 있는 인건비와 특정 국가에 생산시설을 집중하는 데 따른 위험 때문”이라고 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