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혁명수비대(IRGC)가 20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영공에 들어온 미국의 무인비행기(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 등에 따르면 IRGC가 운영하는 매체 세파뉴스는 이날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쿠흐모바락 지역 이란 영공에 진입한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란 국영 IRNA통신은 IRGC 관계자를 인용해 “IRGC가 간첩 활동을 하던 미군의 RQ-4 글로벌호크 드론을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놓고 미군에서 중동을 담당하는 중부사령부는 “이란 영공에 미국 드론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군 관계자는 로이터통신 등에 “이란 영공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공해 상공에 있던 미군 드론이 격추된 것”이라며 “기종은 미 해군의 MQ-4C 트라이튼”이라고 설명했다. MQ-4C 트라이튼은 미 해군이 고공 감시용으로 운용하는 드론이다. RQ-4 글로벌호크에서 날개와 에어프레임 등을 보강해 나온 모델로 지상 1만7000미터 지점에서 30시간 이상 떠있을 수 있다.

알아라비야와 알자지라 등 중동 현지 외신은 이번 드론 격추 사건이 미국과 이란간 호르무즈 해협을 둔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IRGC가 드론을 격추했다고 주장하는 쿠흐모바락 일대는 세계 원유시장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곳이라서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쿠흐모바락은 호르무즈 해협 길목에 있어 이란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하는 배 대부분이 이 도시 인근을 거친다. 이란이 오만해를 통해 원유를 수출하는 자스크항이 쿠흐모바락 동쪽에 있다.

이날 IRGC 측은 “미국 드론을 격추시킨 것은 미국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이란은 누구와든 먼저 전쟁을 벌일 의사가 없지만, 전쟁에 충분히 준비돼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알자지라는 “이란 내각 일부에선 미국의 드론 감시를 놓고 이란 정부가 유엔 등 국제기구에 공식 항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