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 갈구한 에드워드 사이드
20세기 지성사의 명저로 꼽히는 《오리엔탈리즘》을 쓴 비교문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는 클래식음악의 열렬한 애호가였다. 죽음이 임박한 순간까지 음악을 들었고, 음악에 관한 글을 썼다.

《경계의 음악》은 사이드가 1983년부터 2003년까지 여러 매체에 기고한 공연 리뷰와 서평 등을 모은 음악비평집이다. 그의 부인 매리엄이 쓴 서문을 보면 음악이 사이드에게 어떤 존재이자 의미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98년 여름, 사이드는 가혹하고 끔찍한 백혈병 치료 과정을 견디면서도 열네 번 열린 크리스토퍼 해릭의 바흐 오르간 전곡 연주회를 모두 가서 들었다. 사이드는 책 후반부에 실린 이 연주의 리뷰에서 “종착점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해감에 따라 대위법이라는 불가피성의 축과 창작력이라는 자유의 축이 서로를 아름답게 조명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썼다.

사이드는 열정 이상으로 이성을 갖춘 평론가였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에 재능을 보여 줄리아드음대에 들어가려 했던 그는 자신이 피아니스트가 되기에는 너무 ‘이성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프린스턴대로 가 영문학을 공부했다. 그는 이런 이성과 음악적 재능을 바탕으로 20세기 중엽 이후 나타난 클래식 음악계의 상업주의 경향과 대중 영합적인 음악가들에 대해 통렬한 메스를 가한다. 글렌 굴드, 마우리치오 폴리니, 알프레드 브렌델 등 지성과 감성을 조화시켜 음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음악가들에게는 더없는 찬사를 보낸다.

20~30년 전 공연과 음악책에 관한 리뷰 성격의 글들이지만 대부분 지금도 공감할 수 있고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다. 사이드의 ‘확고한 주관’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클래식 애호가와 전문 음악인에게 두고두고 참고할 만한 글이다. 안드라스 시프,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 이제 거장이 된 음악인들의 요즘 연주를 들을 기회가 있을 때 이들의 청장년 시절 공연에 대한 사이드의 냉철한 평가를 찾아 비교해보면 유익한 감상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을 법하다. (이석호 옮김, 봄날의책, 584쪽, 3만2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