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지의 섬·미완의 국가…세상에 이런 곳이
지구상에서 감춰진 장소는 더 이상 없을 것만 같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위성사진 서비스 ‘구글 어스’를 통해 모든 장소가 전 세계인에게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다양한 지도는 이 세상을 완벽하게 재현한 상징체계로 여겨지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이 측정되고 기록되면서, 아쉽게도 미지의 세계는 사라지고 있다. 남들은 잘 모르는, 비밀스럽고 환상적인 공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걸까.

《지도에 없는 마을》은 지리 정보가 빠르게 발전한 상황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지도 너머에 있는’ 새로운 장소들을 발굴해 소개한다. 저자는 영국의 지리학자 앨러스테어 보네트 뉴캐슬대 사회지리학과 교수다. 그는 “나날이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우리의 상상력이 구애받지 않고 배회할 수 있는 ‘비밀기지’ 같은 장소를 더욱 원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구 저편의 암초 섬부터 단절된 고립지, 미완의 국가 등 새로운 세계로 안내한다. 영국 최남단에 있는 맹키에군도는 하루에도 두세 번 광활한 땅이 됐다가 만조가 되면 아홉 개의 작은 섬만 남는다. 필리핀 해안에는 새로운 섬 534개가 인간의 눈을 피해 있다가 새롭게 발견됐다. 저자는 “작디작은 이 섬들은 본토의 안정감에 균열을 내는가 하면 지구가 인간의 통제 밖에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고 설명한다.

그는 현대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도 찾아간다.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에는 아직도 고대 언어인 ‘라딘어’를 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종교 고립지인 호주 본다이해변의 에루브, 미완의 국가인 신러시아와 서사하라 등도 찾아 전통적인 국경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계도 그려 보인다.

저자는 ‘장소에 대한 본질적인 사랑’, 즉 ‘토포필리아(topophilia)’를 강조한다. 그는 “토포필리아는 인간의 근원적인 갈망”이라며 “황량한 현대 도시에선 이를 잘 느끼지 못하게 되는데 수수께끼 같은 장소에서 이 같은 감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방진이 옮김, 북트리거, 400쪽, 1만75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