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은 페이스북이 내년 선보이려는 가상화폐 ‘리브라(Libra)’를 통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뒤 연 기자회견에서 “돈세탁 방지,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리브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페이스북은 리브라와 관련해 세계 많은 금융당국 등과 광범위한 논의를 해왔으며 지급 시스템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안전성과 건전성, 규제 측면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리브라에 대한 계획을 공개했다. 리브라는 사용자 27억 명을 보유한 페이스북이 뒷받침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페이스북은 내년 상반기부터 페이스북 메신저와 와츠앱 메신저를 통해 사용자가 온라인 결제 등에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은행 계좌가 없는 세계 사람들이 편리하게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리브라가 기존 통화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리브라가 기존 화폐를 대체하거나 디지털 화폐 때문에 통화정책을 시행하기가 더 어려워질까 걱정하지 않는다”며 “디지털 화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가상화폐는 초기 단계에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파월 의장은 하지만 가상화폐 확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디지털 화폐는 수많은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잠재적 혜택이 있고 잠재적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에서는 리브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에선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리브라 프로젝트가 세계 각국의 규제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좌초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다음달 16일 청문회를 열고 페이스북의 리브라 계획을 조사하기로 했다. 청문회에선 사업 계획과 함께 사용자 데이터 보호 문제를 조사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세계의 정책 입안자들이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계획에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전날 맥신 워터스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가상화폐 결제서비스 개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워터스 위원장은 “수십억 명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페이스북은 자료를 보호하고 신중하게 사용하는 데 계속 소홀히 해왔다”고 지적했다.

셰러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회 의원도 “페이스북은 이용자 사생활을 보호하지 않은 채 그들의 데이터를 이용했다”며 “페이스북이 감독 없이 위험한 새 가상화폐를 운영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