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지난 뒤 美재무부는
러시아 금융사 독자 제재
한·미 북핵수석 대표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동아시아재단과 개최한 전략대화 행사에 참석해 북한을 향해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에 지금은 놓쳐선 안 되는 황금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 “다가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남북한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북한이 호응해올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미·북 양측 모두 협상에서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것만이 진전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북한의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조치’ 없이는 충분한 진전을 이룰 수 없다”면서도 “실무협상의 전제조건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와 비건 대표의 발표 후 약 4시간 만에 미 재무부는 북한의 금융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 금융회사를 독자제재한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9일 오후 2시께 북한의 금융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 금융사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를 독자제재 대상에 포함했다고 발표했다.
OFAC에 따르면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소재 ‘단둥중성 인더스트리앤트레이드’와 ‘조선아연공업총회사’의 북한인 대표에게 은행 계좌를 제공했다. 단둥중성은 북한의 조선무역은행이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회사며,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다.
미 재무부의 대북 독자제재 조치는 지난 3월 21일 중국 해운사 두 곳의 제재 발표 후 3개월 만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추가제재는 불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추가제재를 가함으로써 미국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 당국이 시 주석의 방북 기간에 북한에 유화와 제재 제스처를 같이 보낸 건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강력히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북과 함께 중국이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을 사이에 둔 미·중 신경전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