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홀인원? 드라이버 티샷한 공 '모래통' 속으로
“이것도 홀인원이네요. 저 기술 괜찮죠?”

최예림(20)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허허 웃었다. 상황이 그럴 만했다.

20일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9’ 대회 첫날. 10번홀(파5)에서 티오프한 그는 17번홀(파4)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했다. 그런데 이 공이 살짝 밀려 220m가량을 날아가더니 페어웨이 오른쪽에 있는 동그란 나무통 속으로 들어갔다. 디벗을 메우는 모래가 들어 있는 샌드박스.

튕겨져 나왔을 것이란 생각으로 가본 모래통 상황은 최악이었다. 공이 모래를 깊게 파고들어간 것이다. ‘에그프라이(egg fry)’ 중에서도 심한 에그프라이. 그는 “머리털 나고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당황해 했다.

근처에 있던 경기위원이 곧장 규칙 해석을 내놨다.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이기 때문에 무벌타 드롭을 하면 된다는 것.

가슴을 쓸어내린 최예림은 모래통에서 한 클럽 뒤로 물러섰다. 이후 카트 도로에서 스탠스를 잡은 뒤 150m 정도의 두 번째 샷을 홀에 잘 올려 파를 지켰다.

동반 라운드를 한 이소미(20), 김예진(24)은 “어쨌든 홀인원은 홀인원이니 좋은 징조”라고 최예림에게 덕담을 건넸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갤러리들도 “대회 주최 측이 별도의 경품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맞장구쳤다.

포천힐스CC=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