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낼 돈도 못 버는 '좀비기업'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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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안정보고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중소기업 비중이 지난해 전체 중소기업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2010년 통계 작성 후 처음이다. 이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되는 이른바 ‘좀비 중소기업’ 비중도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극심한 경기 침체에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업종 부진이 겹치면서 재무구조가 열악한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수침체·최저임금'직격탄'…이자도 못 갚는 기업 급증
한국은행이 20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외부감사기업 2만1213곳 중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은 32.2%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낸다. 이 비율이 1배 미만이라는 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이 32%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특히 중소기업만 떼어놓고 보면 34%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의 채무상환능력 악화가 만성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1배 미만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된 중소기업은 21.6%, 3년 이상은 15.0%로 모두 역대 최고치다. 1배 미만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되면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한계기업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데다 저금리가 지속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한계기업의 증가는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내수 중소기업과 노동집약적 업종의 어려움이 그만큼 가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 중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의 비중(23.6%)은 전년보다 상승했지만 유럽발(發) 재정위기에 따른 후유증이 거셌던 2012~2014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는 내수 부진이 더 심화한 가운데 수출마저 매월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기업들의 채무상환 부담은 더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빚내 버티는 '좀비 中企' 최대…음식·숙박업도 10곳 중 6곳 '헛장사'
한국은행이 20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기업 2만1213곳의 이자보상비율은 5.9배였다. 전년의 6.3배보다는 낮지만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가 지속됐던 2012~2014년의 2~3배와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란 평가다.
그러나 전체 기업 중 1배 미만 기업의 비중만 보면 확 달라진다. 지난해 전체 기업 중 32.2%가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이었다. 통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버는 기업만 벌고 나머지는 어려움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낸다. 1배 미만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떼어놓고 보면 차이가 확연해진다. 지난해 대기업의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은 23.6%로, 유럽발 재정위기가 정점이던 2012년의 28.1%보다 한참 낮았다. 반대로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은 34.0%로 사상 최대치였다. 2012년의 32.2%보다도 1.8%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부실 업종 기업과 내수 중소업체들은 글로벌 위기를 웃도는 수준의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야 했다.
내수 중기 대부분이 이자도 못 벌어
지난해 숙박·음식 업종에서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의 비중은 무려 57.7%에 달했다. 열 곳 중 여섯 곳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이마저도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소규모 음식점과 중소 숙박업체를 제외한 수치다. 외부감사 공시기업만 대상이다. 숙박·음식은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업종이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더욱 치솟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업종도 1배 미만 기업 비중이 54.9%에 달했다. 중소 조선사와 조선 기자재업체는 대부분 이자만큼도 못 번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42.7%), 자동차(37.8%) 등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채무 부담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전기·전자 역시 37.7%에 달했다.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동안 다른 전자 분야 기업은 중국 등의 거센 추격, 내수 침체 등으로 고전했다. 신호순 한은 부총재보는 “성장 둔화, 수출 감소, 투자 부진 등이 이자보상비율 하락의 주요 배경”이라며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분쟁 가중 땐 채무부담 급증
한은은 기업 수익성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 등 외부 충격이 닥치면 채무상환 부담이 크게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무역분쟁 등으로 전방위적 타격이 가해지면서 국내 기업 매출이 3%(주력 수출업종은 6%) 감소하는 상황을 가정해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5.9배인 이자보상비율은 5.1배로 낮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7.5배에서 6.6배로, 중소기업은 2.5배에서 2.2배로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의 비중은 32.2%에서 37.5%로 치솟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에 대한 여신 비중은 32.1%에서 38.6%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견·중소기업의 빚을 갚을 능력이 약화되면 실물경제가 부실화되고 금융으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며 “자영업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저축은행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4.4%로, 작년 말보다 1.5%포인트 급등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더라도 올해 기업들의 채무상환 부담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지난해 경제를 지탱했던 반도체 기업들마저 연말을 기점으로 수익성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새 회계기준(IFRS16)이 도입된 점도 기업 부채를 늘리는 요인이다. 종전엔 운용리스의 경우 해당 회계연도에 지급한 리스료만 부채로 인식했지만 올해부터는 회사 운용리스 내용 전부를 재무제표에 부채로 반영해야 한다.
고경봉/김익환 기자 kgb@hankyung.com
내수침체·최저임금'직격탄'…이자도 못 갚는 기업 급증
한국은행이 20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외부감사기업 2만1213곳 중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은 32.2%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낸다. 이 비율이 1배 미만이라는 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이 32%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특히 중소기업만 떼어놓고 보면 34%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의 채무상환능력 악화가 만성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1배 미만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된 중소기업은 21.6%, 3년 이상은 15.0%로 모두 역대 최고치다. 1배 미만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되면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한계기업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데다 저금리가 지속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한계기업의 증가는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내수 중소기업과 노동집약적 업종의 어려움이 그만큼 가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 중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의 비중(23.6%)은 전년보다 상승했지만 유럽발(發) 재정위기에 따른 후유증이 거셌던 2012~2014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는 내수 부진이 더 심화한 가운데 수출마저 매월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기업들의 채무상환 부담은 더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빚내 버티는 '좀비 中企' 최대…음식·숙박업도 10곳 중 6곳 '헛장사'
한국은행이 20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기업 2만1213곳의 이자보상비율은 5.9배였다. 전년의 6.3배보다는 낮지만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가 지속됐던 2012~2014년의 2~3배와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란 평가다.
그러나 전체 기업 중 1배 미만 기업의 비중만 보면 확 달라진다. 지난해 전체 기업 중 32.2%가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이었다. 통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버는 기업만 벌고 나머지는 어려움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낸다. 1배 미만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떼어놓고 보면 차이가 확연해진다. 지난해 대기업의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은 23.6%로, 유럽발 재정위기가 정점이던 2012년의 28.1%보다 한참 낮았다. 반대로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은 34.0%로 사상 최대치였다. 2012년의 32.2%보다도 1.8%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부실 업종 기업과 내수 중소업체들은 글로벌 위기를 웃도는 수준의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야 했다.
내수 중기 대부분이 이자도 못 벌어
지난해 숙박·음식 업종에서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의 비중은 무려 57.7%에 달했다. 열 곳 중 여섯 곳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이마저도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소규모 음식점과 중소 숙박업체를 제외한 수치다. 외부감사 공시기업만 대상이다. 숙박·음식은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업종이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더욱 치솟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업종도 1배 미만 기업 비중이 54.9%에 달했다. 중소 조선사와 조선 기자재업체는 대부분 이자만큼도 못 번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42.7%), 자동차(37.8%) 등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채무 부담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전기·전자 역시 37.7%에 달했다.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동안 다른 전자 분야 기업은 중국 등의 거센 추격, 내수 침체 등으로 고전했다. 신호순 한은 부총재보는 “성장 둔화, 수출 감소, 투자 부진 등이 이자보상비율 하락의 주요 배경”이라며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분쟁 가중 땐 채무부담 급증
한은은 기업 수익성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 등 외부 충격이 닥치면 채무상환 부담이 크게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무역분쟁 등으로 전방위적 타격이 가해지면서 국내 기업 매출이 3%(주력 수출업종은 6%) 감소하는 상황을 가정해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5.9배인 이자보상비율은 5.1배로 낮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7.5배에서 6.6배로, 중소기업은 2.5배에서 2.2배로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의 비중은 32.2%에서 37.5%로 치솟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에 대한 여신 비중은 32.1%에서 38.6%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견·중소기업의 빚을 갚을 능력이 약화되면 실물경제가 부실화되고 금융으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며 “자영업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저축은행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4.4%로, 작년 말보다 1.5%포인트 급등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더라도 올해 기업들의 채무상환 부담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지난해 경제를 지탱했던 반도체 기업들마저 연말을 기점으로 수익성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새 회계기준(IFRS16)이 도입된 점도 기업 부채를 늘리는 요인이다. 종전엔 운용리스의 경우 해당 회계연도에 지급한 리스료만 부채로 인식했지만 올해부터는 회사 운용리스 내용 전부를 재무제표에 부채로 반영해야 한다.
고경봉/김익환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