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원자력발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회사채를 손쉽게 발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2017년 이후 적자가 지속되면서 운영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한수원, 회사채 발행규제 풀었다
한수원이 20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9년 제2차 이사회 회의록’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달 29일 정관에 ‘이사회는 대표이사에게 회사채 발행을 위임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다만 1년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넣었다. 종전까지는 회사채를 신규 발행할 때마다 이사회 결의가 필요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미리 이사회에서 향후 1년간의 채권 발행액 의결을 받은 뒤 필요할 때마다 발행한다는 의미로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라며 “불필요한 부채가 증가하지 않도록 차입금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5년 만의 당기순손실(-1020억원)을 기록한 데다 올해도 4912억원의 적자(한수원 추정)를 예상하는 한수원이 굳이 지금 시점에 채권 발행 절차를 간소화한 데 대해 의구심이 일고 있다. 2011년 상법 개정 직후에도 정관 변경을 추진했으나 당시 정부의 ‘공기업 부채관리 강화’ 지침에 따라 미뤘기 때문이다.

2016년만 해도 신규 차입이 없었던 한수원은 2017년 1조1348억원, 2018년 1조9051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달 이후에도 연말까지 1조2354억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예산계획상 부족자금이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한수원 부채비율은 치솟고 있다. 지난해 말 120.8%로, 2014년(128.7%) 후 최고를 기록했다.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비율은 2023년 154.6%에 달할 전망이다. 차입금 중 일부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정 의원은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한수원이 정관까지 바꿔 사채 발행을 간소화했다”며 “탄탄했던 공기업 한수원이 결국 빚더미에 올라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