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2018년도 경영평가 결과’를 확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2018년도 경영평가 결과’를 확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리경영,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등 이른바 ‘사회적 가치’에 얼마나 공을 들였느냐에 따라 공기업의 성적표가 갈렸다.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인천항만공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0%(350억원→280억원)나 쪼그라들었는데도 ‘A급 회사’로 올라선 반면 영업이익을 19.1%(181억원→215억원) 늘린 한국전력기술은 ‘사회적 기여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D등급으로 떨어졌다. “공기업도 엄연한 기업이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 이전에 실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가치’가 가른 등급

'적자쇼크' 한전 B등급…공기업 경영평가 논란
기획재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심의·의결했다.

128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한국남부발전 한국수자원공사 등 20개 기관(15.6%)이 ‘우수(A)’ 등급을 받았다. ‘제주 쓰레기대란 해소’(한국남부발전), ‘물 생태계 회복’(한국수자원공사), ‘중소기업 판로개척 지원’(한국도로공사) 등 하나같이 사회적 가치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따낸 곳이다.

반면 그랜드코리아레저(GKL) 한국마사회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국환경공단 등 16개 기관은 ‘미흡(D)’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보다 7곳 늘었다. 대한석탄공사는 작년에 이어 또다시 ‘낙제점’(아주 미흡·E)을 받았다.

공공기관의 등급을 가른 핵심 잣대는 사회적 가치였다. 기재부가 문재인 정부의 철학에 맞게 이번 평가부터 사회적 가치 평가배점을 종전보다 50% 이상 확대해서다. 공기업에 대한 배점은 19점에서 30점으로, 준정부 기관은 20점에서 28점으로 높였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핵심 정책인 ‘혁신성장’과 에너지 전환정책·주거복지·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을 잘 따르면 좋은 점수를 줬다.

기재부 관계자는 “1983년 경영평가제도가 도입된 지 30여 년 만에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을 중심으로 지표를 전면 개편한 이후 시행한 첫 평가”라며 “전반적으로 사회적 가치 제고활동이 기관 평가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사회적 가치 덕분에 B 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 한국전력은 B등급을 유지했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지만, 정부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받은 가산점이 이를 상쇄했다. 한전은 지난해 매출 60조6276억원에 2080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의 영업손실을 냈다. 1년 전 4조9532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던 우량기업이 1년 만에 적자회사로 전락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 등 상당수 에너지 공기업은 탈원전 여파로 실적이 나빠진 점을 감안해 사회적 가치 등 다른 쪽으로 점수를 따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안다”며 “예년 수준의 수익을 냈다면 A등급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전력기술과 한전KPS는 영업이익이 크게 불었는데도 평가등급이 떨어지거나 제자리걸음을 했다. 한전KPS는 지난해 영업이익(1915억원)을 16.7% 늘리는 등 탁월한 실적 개선을 이뤄냈지만 D등급에서 한 발짝도 올라서지 못했다.

이번 평가 결과는 각 기관의 인사조치와 성과급 지급, 내년 예산에 반영된다. 대한석탄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등 D·E등급을 받은 17개 기관은 경영개선 계획을 주무부처에 제출해야 한다. 이들 기관 임직원은 성과급도 덜 받는다. 마사회 석탄공사 영화진흥위원회 임직원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마사회는 지난해 11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수익 규모가 줄어든 데다 사회적 가치 제고 활동도 부족했다는 이유 등으로 최하위권 평가를 받았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이날 마사회 등 D등급 이하 기관에서 6개월 넘게 일해온 기관장 8명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오상헌/성수영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