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정책기조 유지"…소주성 놔둔 채 경제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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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정책실장에 '재벌 저격수' 김상조
"경제 패러다임 전환엔 굴곡 있기 마련"
"정책 일관성과 유연성 조화"
기업 군기잡던 金, 정책총괄 맡아
"경제 패러다임 전환엔 굴곡 있기 마련"
"정책 일관성과 유연성 조화"
기업 군기잡던 金, 정책총괄 맡아
“소득주도성장 등 큰 틀의 정책방향을 유지하되 소위 ‘재벌개혁’의 고삐는 한층 더 죌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한 데 대한 관가의 반응은 대체로 이랬다. 스스로 ‘소울 메이트(영혼의 친구)’라고 부르는 장하성 주중 대사 등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틀을 함께 짠 ‘창업 멤버’인 데다 2년 동안 국무위원으로 일해온 만큼 판을 흔들기보다 미세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관가에서는 다만 ‘소주성’에 쏠렸던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김 실장 취임을 계기로 공정경제 및 혁신성장으로 빠르게 옮겨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관성과 유연성 조화에 힘쓰겠다”
이날 오후 2시께 청와대 기자들과 마주한 김 실장은 평소와 달리 준비해온 인사말을 읽었다. 원고가 필요 없는 ‘달변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오늘은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원고지를 꺼내들었다.
김 실장은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화두로 얘기를 풀어나갔다. 산업화 시대의 성공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소주성, 혁신성장, 공정경제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놨다고 했다. 김 실장은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은 1~2년 만에 달성될 수 없고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 굴곡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복지재정 확대, 탈(脫)원전, 부동산 규제 강화 등 핵심 정책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고선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유연성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조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이야기를 틀었다. “하나의 정답만 있다고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실패를 자초하는 길”이라고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추는 대신 혁신성장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의미다. “국내외 환경 변화에 부응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김 실장은 이달 초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2년 전 국정과제를 만들 때와 경제환경이 크게 바뀐 만큼 주요 경제정책에 대한 보완과 조정은 필요하다”며 “최저임금도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통화 연결음을 아일랜드 출신 그룹 ‘웨스트 라이프’가 부른 ‘You raise me up(당신이 나를 일으켜주셨다)’으로 바꾼 사연도 소개했다. 그는 ‘I am strong, when l am on your shoulders.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l can be(당신 어깨 위에 있을 때 저는 더 강해집니다. 당신은 제가 더 클 수 있도록 일으켜주셨습니다)’란 가사를 인용하며 “여기서 You는 국민”이라고 했다.
재벌개혁 강화되나…긴장하는 재계
경영계는 김 실장이 정책실장이 된 데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데 이어 ‘재벌 저격수’가 청와대 경제사령탑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지난 2년간 공정위를 이끌며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 △대대적인 총수 일감 몰아주기 조사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기업집단국·유통정책관실 신설 등 대기업을 압박하는 정책을 펼쳤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개혁이 ‘전공’인 김 실장은 현 정권 고위직 인사 가운데 대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며 “경제 살리기 추진 과정에서 ‘대기업 팔 비틀기’에 나서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이날 “김 실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의 옷을 입고 또 어떤 형태로 기업 죽이기에 나설지 우려스럽다”고 논평했다.
시민단체와 정부를 오가며 20년 넘게 ‘재벌개혁 전도사’로 일해온 그에게 ‘기업활력 제고 촉진자’ 역할을 맡기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청와대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려면 그에 걸맞은 상징성 있는 인물을 정책실장에 앉혔어야 했다”며 “‘재벌은 개혁대상’이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김 실장을 임명했다는 건 청와대가 경제 활력 제고보다 공정경제에 더 힘쓰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1962년 경북 구미 출생
△대일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 겸 재벌개혁감시단장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부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오상헌/박재원 기자 ohyeah@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한 데 대한 관가의 반응은 대체로 이랬다. 스스로 ‘소울 메이트(영혼의 친구)’라고 부르는 장하성 주중 대사 등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틀을 함께 짠 ‘창업 멤버’인 데다 2년 동안 국무위원으로 일해온 만큼 판을 흔들기보다 미세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관가에서는 다만 ‘소주성’에 쏠렸던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김 실장 취임을 계기로 공정경제 및 혁신성장으로 빠르게 옮겨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관성과 유연성 조화에 힘쓰겠다”
이날 오후 2시께 청와대 기자들과 마주한 김 실장은 평소와 달리 준비해온 인사말을 읽었다. 원고가 필요 없는 ‘달변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오늘은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원고지를 꺼내들었다.
김 실장은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화두로 얘기를 풀어나갔다. 산업화 시대의 성공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소주성, 혁신성장, 공정경제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놨다고 했다. 김 실장은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은 1~2년 만에 달성될 수 없고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 굴곡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복지재정 확대, 탈(脫)원전, 부동산 규제 강화 등 핵심 정책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고선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유연성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조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이야기를 틀었다. “하나의 정답만 있다고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실패를 자초하는 길”이라고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추는 대신 혁신성장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의미다. “국내외 환경 변화에 부응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김 실장은 이달 초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2년 전 국정과제를 만들 때와 경제환경이 크게 바뀐 만큼 주요 경제정책에 대한 보완과 조정은 필요하다”며 “최저임금도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통화 연결음을 아일랜드 출신 그룹 ‘웨스트 라이프’가 부른 ‘You raise me up(당신이 나를 일으켜주셨다)’으로 바꾼 사연도 소개했다. 그는 ‘I am strong, when l am on your shoulders.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l can be(당신 어깨 위에 있을 때 저는 더 강해집니다. 당신은 제가 더 클 수 있도록 일으켜주셨습니다)’란 가사를 인용하며 “여기서 You는 국민”이라고 했다.
재벌개혁 강화되나…긴장하는 재계
경영계는 김 실장이 정책실장이 된 데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데 이어 ‘재벌 저격수’가 청와대 경제사령탑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지난 2년간 공정위를 이끌며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 △대대적인 총수 일감 몰아주기 조사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기업집단국·유통정책관실 신설 등 대기업을 압박하는 정책을 펼쳤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개혁이 ‘전공’인 김 실장은 현 정권 고위직 인사 가운데 대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며 “경제 살리기 추진 과정에서 ‘대기업 팔 비틀기’에 나서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이날 “김 실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의 옷을 입고 또 어떤 형태로 기업 죽이기에 나설지 우려스럽다”고 논평했다.
시민단체와 정부를 오가며 20년 넘게 ‘재벌개혁 전도사’로 일해온 그에게 ‘기업활력 제고 촉진자’ 역할을 맡기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청와대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려면 그에 걸맞은 상징성 있는 인물을 정책실장에 앉혔어야 했다”며 “‘재벌은 개혁대상’이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김 실장을 임명했다는 건 청와대가 경제 활력 제고보다 공정경제에 더 힘쓰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1962년 경북 구미 출생
△대일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 겸 재벌개혁감시단장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부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오상헌/박재원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