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방부 '거짓 브리핑' 묵과…의혹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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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목선 귀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靑, 국방부 장관 질책했다지만…
"대북관계 의식…사태 축소 의혹"
靑, 국방부 장관 질책했다지만…
"대북관계 의식…사태 축소 의혹"
청와대가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우리 군의 부실한 경계 태세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 데다 ‘대북 관계’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사태를 축소하려 한 정황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커지는 靑 책임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전방위적인 경계 실패는 맞다”면서도 청와대가 개입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언론에 알려진 것은 20일이지만 그 이전(18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다”며 “어떤 상황에도 경계가 뚫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뒤늦게 문 대통령이 나선 것 아니냐는 질타에 대한 해명이었다.
지난 17일 북한 목선 귀순 관련 국방부의 백브리핑 현장에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대령)이 참석한 것과 관련해선 “당시 언론 보도 상황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여론이 흘러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며 “국방부 관계자들과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한) 협의나 사전 조율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군 당국이 사건 이후 설명을 번복하면서 논란이 일었고, ‘거짓 브리핑’ 현장에 청와대 관계자가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청와대가 배후 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 데 대한 해명이다.
청와대는 또 “기본적으로 모든 국가 안보 상황에 대해 청와대와 국방부가 협의한다”며 “국방부가 어떻게 브리핑할지 안보실도 대략은 알고 있었다”고 했다. 다만 “(브리핑을) 이렇게 하라 말라 등의 간섭은 하지 않는다. 전체 상황에 대해서만 안보실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책임론’에는 국가안보실의 책임이 ‘당연히 있다’는 뜻을 밝혔다. 윤 수석은 또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전반적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조사 대상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목선에 탑승한 선원 2명을 면밀한 조사를 거치지 않고 송환한 것에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윤 수석은 “통일부에서 절차에 따라 그분들(북송한 어민들)의 의사를 확인했고, 두 분 다 돌아가겠다고 해서 돌려보낸 것이지 (절차상) 틀리거나 한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거짓 브리핑 듣고도 묵과한 靑
청와대의 해명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대북관계, 9·19 남북 군사합의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사건 축소·은폐를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군당국은 17일 “해상·해안 경계 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이틀 뒤인 19일 “(경계 태세에서) 과오나 미비한 점이 발견됐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당시 브리핑 현장에 있던 현역 해군 대령인 국가안보실 소속 A행정관은 국방부가 당초 해양경찰이 청와대와 합동참모본부 등에 보고한 상황과 다른 내용을 설명하는데도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이어진 비공개 브리핑 현장에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외부인’이 참석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군당국의 잘못된 설명을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묵과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군당국은 목선 발견 위치를 ‘삼척항 인근’이라고 표현했고 “파고가 높은 상황에서 배가 해류와 함께 떠내려와 식별이 어려웠다”는 식의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당시 해상·해안 경계 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해경은 15일 북한 어선을 발견한 지 10여분 만에 청와대와 함동참모본부에 ‘방파제에 어선이 들어왔다’고 보고했다.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어선이 자체 기동을 통해 삼척항까지 왔고, GPS 장치 등이 부착돼 있었다’는 추가 보고도 이어졌다.
한국당 “청와대 감독의 참극”
사건 직후 “경계 태세에는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인 군당국 대처가 미흡했다는 정황이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 소형 목선이 동해 삼척항에서 발견되기 나흘 전 박한기 합참의장은 6시간가량 육군 8군단에 머물며 경계작전 실태를 점검했다. 군사대비 태세를 강화하라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8군단은 휴전선부터 삼척까지 동해안 경계를 담당한다.
박 의장이 다녀간 다음날 오후 9시 북한 목선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섰다. 이후 57시간에 걸쳐 남하해 삼척항에 정박했다. 합창의장의 ‘경계 강화’ 직후 군 경계 태세가 무력하게 뚫린 것이다. 북한 목선이 NLL을 넘었을 당시 우리 군은 평소보다 군함과 해상초계기, 해상작전 헬기를 더 많이 투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 목선 선원들의 진술에 기초해 항로를 추적한 결과 아군 해상초계기가 4㎞까지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목선을 봤는데도 그냥 지나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허술한 대응과 청와대의 축소·은폐 조작 의혹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청와대 감독, 국방부 조연의 국방문란 참극”이라며 “작금의 국방해체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서 직접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재원/임락근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전방위적인 경계 실패는 맞다”면서도 청와대가 개입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언론에 알려진 것은 20일이지만 그 이전(18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다”며 “어떤 상황에도 경계가 뚫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뒤늦게 문 대통령이 나선 것 아니냐는 질타에 대한 해명이었다.
지난 17일 북한 목선 귀순 관련 국방부의 백브리핑 현장에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대령)이 참석한 것과 관련해선 “당시 언론 보도 상황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여론이 흘러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며 “국방부 관계자들과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한) 협의나 사전 조율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군 당국이 사건 이후 설명을 번복하면서 논란이 일었고, ‘거짓 브리핑’ 현장에 청와대 관계자가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청와대가 배후 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 데 대한 해명이다.
청와대는 또 “기본적으로 모든 국가 안보 상황에 대해 청와대와 국방부가 협의한다”며 “국방부가 어떻게 브리핑할지 안보실도 대략은 알고 있었다”고 했다. 다만 “(브리핑을) 이렇게 하라 말라 등의 간섭은 하지 않는다. 전체 상황에 대해서만 안보실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책임론’에는 국가안보실의 책임이 ‘당연히 있다’는 뜻을 밝혔다. 윤 수석은 또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전반적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조사 대상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목선에 탑승한 선원 2명을 면밀한 조사를 거치지 않고 송환한 것에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윤 수석은 “통일부에서 절차에 따라 그분들(북송한 어민들)의 의사를 확인했고, 두 분 다 돌아가겠다고 해서 돌려보낸 것이지 (절차상) 틀리거나 한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거짓 브리핑 듣고도 묵과한 靑
청와대의 해명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대북관계, 9·19 남북 군사합의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사건 축소·은폐를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군당국은 17일 “해상·해안 경계 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이틀 뒤인 19일 “(경계 태세에서) 과오나 미비한 점이 발견됐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당시 브리핑 현장에 있던 현역 해군 대령인 국가안보실 소속 A행정관은 국방부가 당초 해양경찰이 청와대와 합동참모본부 등에 보고한 상황과 다른 내용을 설명하는데도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이어진 비공개 브리핑 현장에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외부인’이 참석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군당국의 잘못된 설명을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묵과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군당국은 목선 발견 위치를 ‘삼척항 인근’이라고 표현했고 “파고가 높은 상황에서 배가 해류와 함께 떠내려와 식별이 어려웠다”는 식의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당시 해상·해안 경계 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해경은 15일 북한 어선을 발견한 지 10여분 만에 청와대와 함동참모본부에 ‘방파제에 어선이 들어왔다’고 보고했다.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어선이 자체 기동을 통해 삼척항까지 왔고, GPS 장치 등이 부착돼 있었다’는 추가 보고도 이어졌다.
한국당 “청와대 감독의 참극”
사건 직후 “경계 태세에는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인 군당국 대처가 미흡했다는 정황이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 소형 목선이 동해 삼척항에서 발견되기 나흘 전 박한기 합참의장은 6시간가량 육군 8군단에 머물며 경계작전 실태를 점검했다. 군사대비 태세를 강화하라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8군단은 휴전선부터 삼척까지 동해안 경계를 담당한다.
박 의장이 다녀간 다음날 오후 9시 북한 목선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섰다. 이후 57시간에 걸쳐 남하해 삼척항에 정박했다. 합창의장의 ‘경계 강화’ 직후 군 경계 태세가 무력하게 뚫린 것이다. 북한 목선이 NLL을 넘었을 당시 우리 군은 평소보다 군함과 해상초계기, 해상작전 헬기를 더 많이 투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 목선 선원들의 진술에 기초해 항로를 추적한 결과 아군 해상초계기가 4㎞까지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목선을 봤는데도 그냥 지나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허술한 대응과 청와대의 축소·은폐 조작 의혹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청와대 감독, 국방부 조연의 국방문란 참극”이라며 “작금의 국방해체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서 직접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재원/임락근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