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IT] 유니콘 '오포'의 몰락…공유경제모델 실패인가, 모빌리티산업 재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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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오포(ofo)가 존폐 위기에 몰렸다. 업계에서는 두 가지 물음을 던진다. 기업가치가 30억달러(약 3조4900억원)에 달하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은 왜 급격히 몰락했는가. 오포의 ‘성공요소’였던 플랫폼과 데이터는 이대로 사장되는가.
2014년 창업한 베이징 기반의 오포는 ‘도크리스(거치대 없는) 공유자전거 플랫폼’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QR코드를 스캔해 자전거를 빌려 쓴 뒤 어디든 놓아둬도 된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라스트 마일(정류장이나 역에서 목적지까지의 거리)’을 해결하는 친환경적 모빌리티란 장점도 부각됐다. 중국 국영 언론은 공유자전거를 ‘중국의 4대 현대 발명품’으로까지 꼽았다.
오포는 내수시장을 발판삼아 급성장했다. 베이징만 해도 공유자전거 2400만대, 등록 사용자 1100만명에 달한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은 저서 〈이동의 미래〉에서 “오포·모바이크로 대표되는 중국 공유자전거 산업 성장은 규제와 혁신에 관대한 특유의 국가자본주의 시스템,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오포는 한때 20여개국에 진출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분야에서 우버와 비슷한 위상을 갖는 선도업체로 부상했다. 2년 만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오포는 파산 직전에 내몰렸다. 해외사업을 철수했다. 싱가포르에선 배치했던 자전거를 모두 방치한 채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포의 이미지는 이제 ‘자전거 무덤’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오포는 전형적인 ‘플랫폼 장악’ 전략을 썼다. 압도적 투자로 시장을 선점하는 데 집중했다. 베이징은 공유자전거 대수가 인구를 넘어섰을 만큼 공급과잉이었다. 2017년 말 자전거 2300만대를 확보, 포화 상태에 근접했을 때에도 오포는 자전거 2000만대 추가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장강경영대학원(CKGSB)은 ‘자전거 공유 스타트업 오포의 몰락이 보낸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적신호’ 제하 분석에서 “오포는 경쟁사보다 과도한 지출을 하는 것이 회사 성공의 길이라 믿었다”며 “여러 유수 투자자들로부터 20억달러 이상 유치했지만 작년부터 심각한 현금 흐름 문제를 겪는다는 소문이 돌았고 고객들에게 환불을 해줄 수 없을 정도로 자금이 부족한 사실이 알려졌다. 결국 방만한 경영과 무모한 지출의 기업문화를 주도한 다이웨이 대표가 오포의 법적 대리인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말했다.
오포뿐만이 아니다. 업계에서 ‘2VC(to VC) 모델’이라 불리는 이 성장모델은 스타트업이 플랫폼을 장악하는 방법으로 통했다. 소비자(B2C)나 기업(B2B) 판매를 통한 전통적 수익 창출보다 벤처캐피털(VC) 투자를 유치하고 사업을 매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프트뱅크가 우버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듯 오포도 알리바바 등에게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다. CKGSB는 “VC들이 중국 기술 분야의 성장 잠재력에 투자하면서 자금이 몰렸다. 그러면서 오포 같은 유망 스타트업은 사업 초창기에도 비교적 쉽게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공유자전거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는 비즈니스다. 자전거 생산은 물론 직원을 고용해 자전거를 관리하고 계속 이동·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속성을 무시하고 덩치를 키운 오포는 외부 수혈에 의존한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가능하기 어려움을 보여주는 선례가 됐다.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 등에 따르면 중국 기술 분야의 올 1분기 개인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줄었다. “버블이 곧 꺼질 것”이란 반응이 뒤따랐다.
중국 정부가 주도한 ‘관치 성장’의 스타트업 성공요인은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규제 환경이 변해 자전거에 광고를 달지 못하고, 방치된 자전거는 당국이 임의 수거하는 시책이 도입되자 공유자전거 업체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것이다.
남은 관건은 이용자 데이터다. 업계에선 오포에 눈독을 들이는 모빌리티 기업들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우버가 점프바이크, 리프트가 모티베이트를 인수하는 등 특정 이동수단에 치우치지 않는 ‘멀티모달(multi-modal) 모빌리티 서비스’가 업계의 화두이기 때문이다.
차두원 위원은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승차공유, 마이크로 모빌리티 쪽까지 들여다보는 이유가 있다. 결국 자율주행 기술로 가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게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쌓인 이용자 데이터, 즉 데이터로 나타나는 소비자 니즈”라고 귀띔했다.
공유자전거 업체의 몰락이라기보다 모빌리티 산업 재편 과정으로 보는 시각. 공유자전거는 수익성에선 한계를 드러냈지만 이용자층과 이로 인해 확보하는 데이터는 매력적 ‘매물’이 된다. 다이웨이 대표가 “100억달러는 오포 경영권을 포기하기엔 충분치 않은 금액”이라 언급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오포의 라이벌 모바이크는 중국 온라인 배달업체 메이투안 디안핑에, 또 다른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블루고고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에 인수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후방 모빌리티 업체들이 경영난을 맞은 공유자전거 업체를 흡수해 기존 이용자와 데이터를 확보하면 큰 시너지를 내며 새로운 시장 주도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2014년 창업한 베이징 기반의 오포는 ‘도크리스(거치대 없는) 공유자전거 플랫폼’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QR코드를 스캔해 자전거를 빌려 쓴 뒤 어디든 놓아둬도 된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라스트 마일(정류장이나 역에서 목적지까지의 거리)’을 해결하는 친환경적 모빌리티란 장점도 부각됐다. 중국 국영 언론은 공유자전거를 ‘중국의 4대 현대 발명품’으로까지 꼽았다.
오포는 내수시장을 발판삼아 급성장했다. 베이징만 해도 공유자전거 2400만대, 등록 사용자 1100만명에 달한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은 저서 〈이동의 미래〉에서 “오포·모바이크로 대표되는 중국 공유자전거 산업 성장은 규제와 혁신에 관대한 특유의 국가자본주의 시스템,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오포는 한때 20여개국에 진출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분야에서 우버와 비슷한 위상을 갖는 선도업체로 부상했다. 2년 만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오포는 파산 직전에 내몰렸다. 해외사업을 철수했다. 싱가포르에선 배치했던 자전거를 모두 방치한 채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포의 이미지는 이제 ‘자전거 무덤’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오포는 전형적인 ‘플랫폼 장악’ 전략을 썼다. 압도적 투자로 시장을 선점하는 데 집중했다. 베이징은 공유자전거 대수가 인구를 넘어섰을 만큼 공급과잉이었다. 2017년 말 자전거 2300만대를 확보, 포화 상태에 근접했을 때에도 오포는 자전거 2000만대 추가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장강경영대학원(CKGSB)은 ‘자전거 공유 스타트업 오포의 몰락이 보낸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적신호’ 제하 분석에서 “오포는 경쟁사보다 과도한 지출을 하는 것이 회사 성공의 길이라 믿었다”며 “여러 유수 투자자들로부터 20억달러 이상 유치했지만 작년부터 심각한 현금 흐름 문제를 겪는다는 소문이 돌았고 고객들에게 환불을 해줄 수 없을 정도로 자금이 부족한 사실이 알려졌다. 결국 방만한 경영과 무모한 지출의 기업문화를 주도한 다이웨이 대표가 오포의 법적 대리인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말했다.
오포뿐만이 아니다. 업계에서 ‘2VC(to VC) 모델’이라 불리는 이 성장모델은 스타트업이 플랫폼을 장악하는 방법으로 통했다. 소비자(B2C)나 기업(B2B) 판매를 통한 전통적 수익 창출보다 벤처캐피털(VC) 투자를 유치하고 사업을 매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프트뱅크가 우버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듯 오포도 알리바바 등에게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다. CKGSB는 “VC들이 중국 기술 분야의 성장 잠재력에 투자하면서 자금이 몰렸다. 그러면서 오포 같은 유망 스타트업은 사업 초창기에도 비교적 쉽게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공유자전거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는 비즈니스다. 자전거 생산은 물론 직원을 고용해 자전거를 관리하고 계속 이동·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속성을 무시하고 덩치를 키운 오포는 외부 수혈에 의존한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가능하기 어려움을 보여주는 선례가 됐다.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 등에 따르면 중국 기술 분야의 올 1분기 개인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줄었다. “버블이 곧 꺼질 것”이란 반응이 뒤따랐다.
중국 정부가 주도한 ‘관치 성장’의 스타트업 성공요인은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규제 환경이 변해 자전거에 광고를 달지 못하고, 방치된 자전거는 당국이 임의 수거하는 시책이 도입되자 공유자전거 업체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것이다.
남은 관건은 이용자 데이터다. 업계에선 오포에 눈독을 들이는 모빌리티 기업들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우버가 점프바이크, 리프트가 모티베이트를 인수하는 등 특정 이동수단에 치우치지 않는 ‘멀티모달(multi-modal) 모빌리티 서비스’가 업계의 화두이기 때문이다.
차두원 위원은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승차공유, 마이크로 모빌리티 쪽까지 들여다보는 이유가 있다. 결국 자율주행 기술로 가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게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쌓인 이용자 데이터, 즉 데이터로 나타나는 소비자 니즈”라고 귀띔했다.
공유자전거 업체의 몰락이라기보다 모빌리티 산업 재편 과정으로 보는 시각. 공유자전거는 수익성에선 한계를 드러냈지만 이용자층과 이로 인해 확보하는 데이터는 매력적 ‘매물’이 된다. 다이웨이 대표가 “100억달러는 오포 경영권을 포기하기엔 충분치 않은 금액”이라 언급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오포의 라이벌 모바이크는 중국 온라인 배달업체 메이투안 디안핑에, 또 다른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블루고고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에 인수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후방 모빌리티 업체들이 경영난을 맞은 공유자전거 업체를 흡수해 기존 이용자와 데이터를 확보하면 큰 시너지를 내며 새로운 시장 주도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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