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이제부터 '정부의 실패'가 더 무섭고 두려워진다
이론적으로 보이지 않는 시장의 손이 본연의 기능인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시장의 실패’라고 부른다. 시장이 규모의 경제와 정부의 인허가 요인(각종 규제 포함)으로 독과점 구조로 바뀌거나 완전경쟁시장이라도 외부 효과, 공공재, 불확실성이 존재할 때 시장의 실패가 발생한다.

한 나라 경제가 이 상황에 빠지면 정부가 보이는 손을 갖고 불완전한 시장 기능을 보완한다. 정부의 보이는 손이 완전한가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답할 수 없지만 각종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보면 ‘정부의 실패’, 즉 정부에 의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과 불공정한 현상도 자주 목격된다.

정부의 실패가 생기는 것은 무엇보다 정책결정이 ‘정치가(statesman)’가 아니라 ‘정치꾼(politician)’에 의해 주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가가 아니라 다음 선거와 자신의 자리만을 연연하는 정치꾼은 의사를 결정할 때 개인적인 야심이나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따져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꾼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관료 조직이다. 모든 공직자가 공익에 충실하다고 볼 수 없다. 공직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사익을 공익보다 앞세우게 되고, 이 경우 올바른 의사결정이 어렵게 된다. 특정 지역의 부동산 대책을 강구하는 공직자가 해당 지역에 살 경우 자신의 재산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란 힘들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이제부터 '정부의 실패'가 더 무섭고 두려워진다
시장실패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이 소득분배의 불공평이다.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이 심해지면 정부 개입과 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는 논리와 주장이 힘을 얻는다. 재분배 정책의 취지는 ‘있는 계층’을 대상으로 세금을 거둬 ‘없는 계층’ 소득으로 이전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집권당의 지지층을 옹호하는 쪽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 시장실패의 원인으로 꼽히는 불완전한 정보도 정부에 그대로 적용된다. 정부에서 문제가 되는 불완전한 정보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주체 간 비대칭성이다. 현 정부처럼 정책결정과 집행이 ‘넌 개혁 대상, 칼자루는 내가’ 식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이뤄지면 더 심해진다. 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는 현 정부의 경기대책이 대표적인 예다. 대다수 국민은 외환위기보다 더 어렵다고 느끼고 있는데 ‘미·중 간 마찰이 타결될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로 대통령과 경제 각료, 심지어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까지 경기를 낙관해왔다. 경제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정부의 실패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정부 정책의 성공 여부는 경제 주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경제 주체가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버티면 정부가 다 알아서 해주는데 왜 지금 할 필요가 있느냐’ 식의 도덕적 해이는 현 정부에 부담이 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실패가 있다고 정부가 시장에 전혀 개입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정부 개입 비용이 시장실패 비용보다 적으면 정부 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다. 반대로 시장실패 비용이 정부 개입비용보다 적다면 설령 시장실패가 있다 하더라도 정부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어느 경제 주체보다 정부와 국회가 처신하기 어렵고 관료와 국회의원이 국민의 공복(公僕)이 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선진국일수록 자원 배분에 있어서는 ‘보이는 손’보다 ‘보이지 않는 손’을 더 중시하고, 시장과 정부 간 관계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요즘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주력해 왔던 ‘있는 계층을 억제하고 없는 계층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추진해온 정책이 오히려 없는 계층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더 심해지면 지지층에도 외면당하는 총체적인 정부의 실패로 연결된다.

현 정부는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이 왜 성과를 못 내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주말 청와대 두 경제정책 책임자가 교체된 것이 이런 각도에서 이뤄졌다면 마지막 희망을 걸어볼 수 있지만 다른 목적에서 단행됐다면 총체적인 정부의 실패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경제 정책의 기본은 ‘정부’보다 ‘시장’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