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지난 21일 평양 모란봉의 ‘조중(朝中)우의탑’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참배한 뒤 “조선(북한)이 침략을 받아 방어하는 과정에서 중국 인민지원군이 치른 용감한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불법 기습 남침으로 수백만 동포의 목숨을 앗아간 6·25전쟁을 한국과 유엔군이 침략한 ‘북침(北侵)’이라고 대놓고 주장한 것이다.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로 코너에 몰린 김정은으로선 유일한 동맹국인 중국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처지다. 그렇기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북한을 방문한 시 주석을 극진히 환대하고, 조중우의탑으로 안내해 ‘혈맹’을 새삼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조중우의탑은 6·25 당시 북한을 도와 한국을 침공한 중공군을 기념해 1959년 세운 북·중 동맹의 상징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6·25를 북한이 ‘침략받은 전쟁’이라고 공공연히 언급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망발이다. 6·25는 일요일인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김일성이 한반도 적화통일을 위해 기습 남침해 일어난 역사적 사실이고, 이후 해제된 옛 소련 등의 비밀문건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그 시절을 경험한 수많은 산증인도 있다. 북한군은 소련제 탱크 등 압도적 전력으로 불과 사흘 만에 서울을 점령했고, 두 달여 동안 낙동강 방어선까지 파죽지세로 유린했다. 세상에 어떤 나라가 먼저 침략하면서 아무런 대비도 없이 이렇게 밀리고 짓밟혔겠는가.

남북한 화해가 아무리 중요해도 북한의 ‘6·25 북침론’에 대해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 내일은 6·25 발발 69돌이다. 터무니없는 북침 주장을 방치해선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지킬 수 없다.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호국영령들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