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車車' 도로 위 조마조마한 고령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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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이상 모는 車 139만대
7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급증
대책 마련 나선 정부·지자체
7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급증
대책 마련 나선 정부·지자체
지난 19일 강원 양양군 현남면 동해고속도로. 77세 운전자 A씨가 모는 코란도 차량이 14㎞가량 역주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정상 주행하던 차들을 서행시킨 뒤 도로를 차단해 10여 분 만에 가까스로 해당 차량을 멈춰 세웠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A씨는 간이휴게소에 들렀다가 출입구를 착각해 입구로 되돌아나가 역주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 운전자가 내는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교통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도로 위 만 70세 이상 운전자가 모는 차량은 최근 7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도 2년 새 20%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4년 새 50% 증가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만 70세 이상이 소유한 자동차(등록 기준)는 지난달 말 기준 138만6222대였다. 전체 2014만8203대의 6.9%에 달했다. 국토부가 연령별 등록 차량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76만1070명·4.6%)과 비교하면 1.8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통상 만 65세 이상을 고령 운전자로 간주한다.
고령 운전자가 모는 자동차는 더욱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등록자 연령이 만 60세 이상인 자동차는 528만1016대로 전체의 26.2%에 달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네 대 중 한 대가 만 60세 이상이 소유한 차량인 셈이다. 현재 56~64세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운전자들이 앞으로 고령 운전자에 대거 편입되면 그 비중은 더욱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 운전자 관련 사고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4년 2만275건이던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지난해 3만12건으로 증가했다. 4년 새 48%가량 늘었다. 고령 운전자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11%) 두 자릿수로 올라선 뒤 꾸준히 높아져 지난해 13.8%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2014년 3만183명이던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사상자는 지난해 4만4312명으로 46.8% 늘었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다섯 명 중 한 명(843명·22.3%)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였다.
고령이 되면 운전 경력과 상관없이 각종 인지 능력과 반응 속도가 떨어져 사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달 13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양산 통도사 교통사고가 대표적이다. 75세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참극이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해외선 ‘강제 반납 후 재발급’ 제도 시행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책은 지자체의 ‘면허 반납’ 프로그램이다.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10만원이 충전된 선불 교통카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서울, 경기, 광주, 부산 등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면허 반납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1~3월) 운전면허를 반납한 만 65세 이상 운전자는 7346명으로 작년 1분기(1294명)보다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면허 발급 이외에도 각종 정책이 도입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해선 5년마다 시행하던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3년 주기로 바꿨다. 경찰은 고령 운전자의 야간·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는 ‘맞춤형 면허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면허 반납이나 제한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3~4월 농업인 45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4.8%가 “면허 반납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농업 종사자들은 업무 특성상 차량 운전이 불가피하고 거주지의 대중교통 인프라도 열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고령 운전자들의 자발적인 면허 반납을 기대하기보다는 신체 능력을 엄격히 검사하고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뉴질랜드와 덴마크, 아일랜드에서는 ‘강제 반납 후 재발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모든 운전자는 일정 나이에 이르면 운전 능력을 경찰과 의료진에 의해 평가받아야 한다. 뉴질랜드와 덴마크는 75세, 아일랜드는 70세부터 대상이다. 측정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면허가 갱신되지 않는다.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자동 브레이크를 포함한 안전기능 장치가 마련된 차종에 한해 운전할 수 있는 면허를 새로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의석 도로교통공단 교육운영처 차장은 “일정 나이를 넘겼다고 해서 무조건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고령자의 이동권과 생계권도 보장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뉴질랜드처럼 일정 연령이 되면 면허를 반납한 뒤 다시 운전 능력을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고령 운전자가 내는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교통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도로 위 만 70세 이상 운전자가 모는 차량은 최근 7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도 2년 새 20%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4년 새 50% 증가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만 70세 이상이 소유한 자동차(등록 기준)는 지난달 말 기준 138만6222대였다. 전체 2014만8203대의 6.9%에 달했다. 국토부가 연령별 등록 차량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76만1070명·4.6%)과 비교하면 1.8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통상 만 65세 이상을 고령 운전자로 간주한다.
고령 운전자가 모는 자동차는 더욱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등록자 연령이 만 60세 이상인 자동차는 528만1016대로 전체의 26.2%에 달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네 대 중 한 대가 만 60세 이상이 소유한 차량인 셈이다. 현재 56~64세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운전자들이 앞으로 고령 운전자에 대거 편입되면 그 비중은 더욱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 운전자 관련 사고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4년 2만275건이던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지난해 3만12건으로 증가했다. 4년 새 48%가량 늘었다. 고령 운전자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11%) 두 자릿수로 올라선 뒤 꾸준히 높아져 지난해 13.8%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2014년 3만183명이던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사상자는 지난해 4만4312명으로 46.8% 늘었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다섯 명 중 한 명(843명·22.3%)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였다.
고령이 되면 운전 경력과 상관없이 각종 인지 능력과 반응 속도가 떨어져 사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달 13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양산 통도사 교통사고가 대표적이다. 75세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참극이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해외선 ‘강제 반납 후 재발급’ 제도 시행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책은 지자체의 ‘면허 반납’ 프로그램이다.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10만원이 충전된 선불 교통카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서울, 경기, 광주, 부산 등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면허 반납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1~3월) 운전면허를 반납한 만 65세 이상 운전자는 7346명으로 작년 1분기(1294명)보다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면허 발급 이외에도 각종 정책이 도입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해선 5년마다 시행하던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3년 주기로 바꿨다. 경찰은 고령 운전자의 야간·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는 ‘맞춤형 면허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면허 반납이나 제한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3~4월 농업인 45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4.8%가 “면허 반납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농업 종사자들은 업무 특성상 차량 운전이 불가피하고 거주지의 대중교통 인프라도 열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고령 운전자들의 자발적인 면허 반납을 기대하기보다는 신체 능력을 엄격히 검사하고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뉴질랜드와 덴마크, 아일랜드에서는 ‘강제 반납 후 재발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모든 운전자는 일정 나이에 이르면 운전 능력을 경찰과 의료진에 의해 평가받아야 한다. 뉴질랜드와 덴마크는 75세, 아일랜드는 70세부터 대상이다. 측정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면허가 갱신되지 않는다.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자동 브레이크를 포함한 안전기능 장치가 마련된 차종에 한해 운전할 수 있는 면허를 새로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의석 도로교통공단 교육운영처 차장은 “일정 나이를 넘겼다고 해서 무조건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고령자의 이동권과 생계권도 보장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뉴질랜드처럼 일정 연령이 되면 면허를 반납한 뒤 다시 운전 능력을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