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10개월가량 앞두고 보수 야권의 정계개편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최근 바른미래당 의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보수 빅텐트’ 작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바른미래당 바른정당계 의원들을 상대로 개별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 20일 “바른미래당과 먼저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총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오는 10월까지는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통합 기반을 다져놔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최근 홍문종 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하면서 친박(친박근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한 뒤 ‘보수 분열’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한 한국당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통합이나 선거 연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불리한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바른미래당과 당 대 당 통합은 어렵지만 의원들의 개별 복당 등을 통한 점진적인 통합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황 대표는 지난달 27일 한국당 유튜브에 출연해 “헌법 가치에 동의한다면 누구와도 힘을 모아야 하지만, 당(바른미래당)이라는 ‘외투’를 입은 채 합쳐지기에는 쉽지 않다”며 “단계적이고 점차적인 통합을 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계의 수장 격인 유승민 의원은 지난달 “한국당이 변화와 혁신을 통해 개혁 보수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면 오늘이라도 당장 합칠 수 있다”고 말해 한국당과의 통합·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대구·경북(TK)에 지역구를 둔 한국당 의원 중 상당수가 바른정당계를 이끄는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 관건이다.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지금 시점에서 한국당과의 통합이나 연대를 말하기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나 원내대표의 통합 발언에 대해 “뜬금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