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모든 설비투자에 법인세 납부연기 혜택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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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모든 설비투자에
법인세 납부 연기 혜택
내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법인세 납부 연기 혜택
내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올해와 내년에 설비투자를 하는 대기업은 투자 대상과 상관없이 법인세 납부 연기 혜택을 볼 수 있다. 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 투자 초기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가속상각제도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가속상각제도의 적용 범위와 혜택을 넓히는 방안을 다음달 초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 부진을 타개하려면 기업의 투자심리를 살리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가속상각제도가 올 1월부터 시행됐지만 대기업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등 신산업과 연구개발(R&D) 관련 투자에만 적용하고 있다. 이를 모든 설비투자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확대한다. 투자 대상 제한이 없는 중소기업에 대해선 가속상각 속도를 1.5배 높여준다.
10년 사용할 수 있는 1000억원 규모의 설비는 보통의 감가상각에선 10년간 매년 100억원씩 비용으로 처리한다. 50% 가속상각을 하면 5년간 매년 200억원씩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만큼 투자 초기에 이익을 적게 발생시켜 법인세 납부를 미루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재부는 올해 가속상각을 도입하면서 3년간 매년 2200억원가량 법인세 수입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 "특단의 대책 필요하다"…대기업 稅혜택 늘려 '투자 살리기' 올인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기업에 엄격했다. 올해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것이 단적인 예다.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도 1~3%에서 0~2%로 축소했다. 중소기업 공제율(25%)과의 차별이 더 심해졌다. 하청 중소기업의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 대기업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고 재벌 대기업에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기도 했다. 산업계에서 “경영 활동을 옥죄는 정책 탓에 투자할 의욕을 잃었다”는 하소연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가속상각’ 확대 방침은 그래서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 투자 지원 확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가속상각은 투자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 속도를 높여 투자 초기 법인세를 적게 낼 수 있게 한 제도다.
대기업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등 신산업과 R&D 관련 투자만 가속상각을 적용했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이뤄지는 설비투자는 대상에 상관없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혜택도 늘어난다. 설비 이용가능 연수의 50%까지 가속상각을 인정하던 것을 75%로 늘린다. 10년짜리 설비에 대한 비용을 3년 만에 떨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지금도 투자 대상 제한이 없어 이번 제도 개편의 수혜는 대기업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세수 감소 무릅쓰고 가속상각 확대
정부로서는 ‘여유 있는’ 대기업을 지원한다는 지적 외에 세금 수입이 줄어드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가속상각 기간 세금을 적게 낸 기업은 나중에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해 길게 보면 세수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당장 몇 년 동안은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현 제도상으로 향후 3년간 매년 2200억원 정도 법인세 수입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 개편까지 이뤄지면 감소 규모가 두 배 이상 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고민에도 정부가 가속상각 확대를 결심한 이유는 특단의 대책 없이는 투자 침체와 경기 부진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작년 2분기 -7.6%, 3분기 -7.7%, 4분기 0%, 올 1분기 -5.5% 등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마이너스(전분기 대비 -0.4%)를 기록한 것도 투자 부진 영향이 컸다.
지난 1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민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굉장히 부진해서 이런 분야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달 초 정부가 내놓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는 가속상각 확대 외에도 10조원 규모의 민간·공공 투자를 지원하는 ‘제3단계 기업투자 프로젝트’, R&D·설비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이 담길 예정이다. 투자 살리기가 이번 대책의 핵심이란 얘기다.
“신산업 규제 개선 등 서둘러야”
산업계는 가속상각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대기업도 단순 설비 확장과 같은 일반적인 투자가 신산업, R&D 관련 투자보다 훨씬 많다”며 “모든 설비투자에 가속상각을 인정하면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속상각과 같은 감가상각 특례는 미국과 중국 등도 활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건물을 제외한 자본투자금을 투자 즉시 상각해주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일본 도요타가 최근 미국에 대한 투자를 3조원 이상 늘리기로 결정한 데는 즉시상각 제도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도 지난 4월 가속상각 적용 범위를 10개 업종 제조업에서 모든 제조업으로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기업은 지원하면 안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경기를 끌어올릴 정도로 투자 활력이 회복되려면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은 세제 혜택만 보고 투자를 결정하진 않는다”며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고 고용 경직성을 완화하는 정책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가속상각제도의 적용 범위와 혜택을 넓히는 방안을 다음달 초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 부진을 타개하려면 기업의 투자심리를 살리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가속상각제도가 올 1월부터 시행됐지만 대기업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등 신산업과 연구개발(R&D) 관련 투자에만 적용하고 있다. 이를 모든 설비투자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확대한다. 투자 대상 제한이 없는 중소기업에 대해선 가속상각 속도를 1.5배 높여준다.
10년 사용할 수 있는 1000억원 규모의 설비는 보통의 감가상각에선 10년간 매년 100억원씩 비용으로 처리한다. 50% 가속상각을 하면 5년간 매년 200억원씩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만큼 투자 초기에 이익을 적게 발생시켜 법인세 납부를 미루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재부는 올해 가속상각을 도입하면서 3년간 매년 2200억원가량 법인세 수입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 "특단의 대책 필요하다"…대기업 稅혜택 늘려 '투자 살리기' 올인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기업에 엄격했다. 올해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것이 단적인 예다.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도 1~3%에서 0~2%로 축소했다. 중소기업 공제율(25%)과의 차별이 더 심해졌다. 하청 중소기업의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 대기업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고 재벌 대기업에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기도 했다. 산업계에서 “경영 활동을 옥죄는 정책 탓에 투자할 의욕을 잃었다”는 하소연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가속상각’ 확대 방침은 그래서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 투자 지원 확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가속상각은 투자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 속도를 높여 투자 초기 법인세를 적게 낼 수 있게 한 제도다.
대기업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등 신산업과 R&D 관련 투자만 가속상각을 적용했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이뤄지는 설비투자는 대상에 상관없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혜택도 늘어난다. 설비 이용가능 연수의 50%까지 가속상각을 인정하던 것을 75%로 늘린다. 10년짜리 설비에 대한 비용을 3년 만에 떨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지금도 투자 대상 제한이 없어 이번 제도 개편의 수혜는 대기업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세수 감소 무릅쓰고 가속상각 확대
정부로서는 ‘여유 있는’ 대기업을 지원한다는 지적 외에 세금 수입이 줄어드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가속상각 기간 세금을 적게 낸 기업은 나중에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해 길게 보면 세수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당장 몇 년 동안은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현 제도상으로 향후 3년간 매년 2200억원 정도 법인세 수입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 개편까지 이뤄지면 감소 규모가 두 배 이상 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고민에도 정부가 가속상각 확대를 결심한 이유는 특단의 대책 없이는 투자 침체와 경기 부진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작년 2분기 -7.6%, 3분기 -7.7%, 4분기 0%, 올 1분기 -5.5% 등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마이너스(전분기 대비 -0.4%)를 기록한 것도 투자 부진 영향이 컸다.
지난 1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민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굉장히 부진해서 이런 분야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달 초 정부가 내놓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는 가속상각 확대 외에도 10조원 규모의 민간·공공 투자를 지원하는 ‘제3단계 기업투자 프로젝트’, R&D·설비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이 담길 예정이다. 투자 살리기가 이번 대책의 핵심이란 얘기다.
“신산업 규제 개선 등 서둘러야”
산업계는 가속상각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대기업도 단순 설비 확장과 같은 일반적인 투자가 신산업, R&D 관련 투자보다 훨씬 많다”며 “모든 설비투자에 가속상각을 인정하면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속상각과 같은 감가상각 특례는 미국과 중국 등도 활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건물을 제외한 자본투자금을 투자 즉시 상각해주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일본 도요타가 최근 미국에 대한 투자를 3조원 이상 늘리기로 결정한 데는 즉시상각 제도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도 지난 4월 가속상각 적용 범위를 10개 업종 제조업에서 모든 제조업으로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기업은 지원하면 안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경기를 끌어올릴 정도로 투자 활력이 회복되려면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은 세제 혜택만 보고 투자를 결정하진 않는다”며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고 고용 경직성을 완화하는 정책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