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송환 한보 정태수 아들, 눈감고 묵묵부답 (사진=연합뉴스)
국내 송환 한보 정태수 아들, 눈감고 묵묵부답 (사진=연합뉴스)
'한보그룹' 4남 정한근 전 부회장이 21년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정한근 씨는 영문 이름 4개로 신분을 세탁했는데 미국 시민권자 신분으로 에콰도르에서 살던 정 씨는 검찰의 추적 끝에 파나마에서 붙잡혔다.

검찰 관계자(손영배 단장)는 올해 4월 에콰도르 현지에 가서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을 만나 정 전 부회장 송환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에콰도르 측은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거절했다. 그 대신 정 전 부회장이 이번 달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항공기로 출국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항공기 이륙 1시간 전 한국 검찰에 알려줬다. 이에 한국 검찰은 미국 당국에 협조 요청을 했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정 전 부회장이 탄 항공기가 경유한 파나마 토쿠멘 국제공항에서 그를 붙잡았다. 정 전 부회장은 주파나마 한국 영사와 면담한 후 가짜 미국 여권을 반납하고 귀국 의사를 밝힌 뒤 두바이 등을 거쳐 57시간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21년간의 도피가 검찰의 10개월 추적으로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생사와 소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 전 회장은 1997년 '한보 사태'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가 질병 등을 이유로 6년 만에 풀려났다.

하지만 2007년 항소심 재판을 받던 중 해외로 잠적했다. 살아있다면 올해 96살의 고령이며 정한근 씨는 아버지가 이미 숨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한근 국내 송환의 의의에 대해 "도주를 한 이가 신분세탁을 해서 미국 혹은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하더라도 범죄인 인도 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반드시 잡혀서 처벌받는다는 실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