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앱,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5만5000명, 아마존 직원 4만명이 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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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겸 팀블라인드 이사 월스트리트 저널과 대담
"사용자 정보 저장 안하고 개인 식별 작업도 안해"
"사용자 정보 저장 안하고 개인 식별 작업도 안해"
익명으로 자신이 속한 조직의 뒷 얘기를 나누는 '블라인드' 앱(응용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팀블라인드의 김성겸 이사가 지난 14일 홍콩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 테크 컨퍼런스'에 참여해 미국 시장에 뛰어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블라인드는 직장인 커뮤니티 앱으로 한국 직장인 200만 명, 미국 직장인 50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회사 이메일을 통해 현직임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은 월스트리트와 김 이사의 일문일답이다.
▶내가 블라인드의 ‘월스트리트저널’ 회사 채널에 글을 쓰면 완벽하게 익명이 보장되나?
“그렇다. 우리는 보안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회사 이메일을 통해 인증한 직장인들이 자신이 몸담은 회사에 대해 글을 올리는 것은 플랫폼에 대한 엄청난 신뢰가 필요한 일이다. 하고 싶은 얘기를 편하게 하려면 우리도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앱을 설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5년 간 수많은 익명 플랫폼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지만 블라인드는 살아남았다. 보안에 대한 신뢰가 블라인드가 롱런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 미국에 진출한 이유는 무엇인가?
“블라인드 앱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네이버에 근무할 때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사내 익명 게시판이 있었는데 회사가 불편하게 느낄 만한 콘텐츠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게시판이 사라졌다. 회사가 아닌 제 3자가 운영하는 게시판이 있다면 적어도 한국에서는 성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국은 시장이 크지 않다. 300명 이상 기업 재직자가 250만 명에 불과하다. 우리가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는지 4년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5만5000명, 아마존에서 4만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페이스북과 구글, 애플에서도 각각 1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블라인드 로고가 박힌 후드를 입고 다니면 사람들이 알아보고 내게 인사하는 수준이 됐다.”
▶ 미국에서도 개인정보 처리가 중요한 이슈다.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아예 저장하지 않는다. 블라인드를 만든 후 우리가 지켜온 철학이다. 우리처럼 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다른 기업에 조언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 같다.”
▶ 익명 플랫폼을 운영하다 보면 혐오 발언이나 명확히 사실 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글이 올라온다. 어떻게 이런 문제 어떻게 해결하나?
“한때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익명 앱이었던 시크릿의 창업자가 익명 커뮤니티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이유를 현실과 익명 공간 사이에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라인드는 다르다. 현실과 익명 공간 사이에 ‘일’이라는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다.
블라인드에서는 항상 닉네임 앞에 회사이름이 붙는다. 자신의 회사라는 정체성이 사용자를 따라다닌다. 이는 무엇인가를 말할 때 보다 신중하게 만드는 심리적 장치로 작용한다.
다른 사용자들을 활용한 감시 체계도 효과가 있다. 우리는 혐오 발언, 인종 차별, 성 차별을 비롯해 유저 관점에서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를 사용자가 신고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수준이면 게시물을 숨김 처리하거나 해당 사용자의 활동을 정지한다.”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의 경영을 외부의 인력에게 맡길 수 없는가?
“쉽지 않은 일이다. 책임을 질 수 있는 내부인이 현지로 가는 게 최선이다. 경영은 의사 결정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보고, 결과에 기반해 또다른 결정을 내리는 일의 연속이다. 의사 결정에는 정보가 필요하다. 진짜 정보는 현지 사람들과 소통하고 현장을 체험하면서 나온다. 현지 시장에서 실제 생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외부 인력은 현지의 사정을 잘 알긴 하지만 기민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그에게 주어진 보고 시간은 하루 한 두 시간 정도다. 한국과의 시차 때문이다. 이 짧은 시간에 창업자와 소통해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사업에 영향을 주나.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하지만 이 주제를 유심히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블라인드에는 중국계 사용자가 많아 이 주제에 대해 많은 논의가 오간다. 최근 사용자들에게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낍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응답자가 중국인 혹은 중국계 미국인인지를 함께 물었다. 대다수 중국계 사용자는 무역전쟁으로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퀄컴 같은 하드웨어 회사 재직자들의 불안감이 컸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블라인드는 직장인 커뮤니티 앱으로 한국 직장인 200만 명, 미국 직장인 50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회사 이메일을 통해 현직임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은 월스트리트와 김 이사의 일문일답이다.
▶내가 블라인드의 ‘월스트리트저널’ 회사 채널에 글을 쓰면 완벽하게 익명이 보장되나?
“그렇다. 우리는 보안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회사 이메일을 통해 인증한 직장인들이 자신이 몸담은 회사에 대해 글을 올리는 것은 플랫폼에 대한 엄청난 신뢰가 필요한 일이다. 하고 싶은 얘기를 편하게 하려면 우리도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앱을 설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5년 간 수많은 익명 플랫폼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지만 블라인드는 살아남았다. 보안에 대한 신뢰가 블라인드가 롱런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 미국에 진출한 이유는 무엇인가?
“블라인드 앱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네이버에 근무할 때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사내 익명 게시판이 있었는데 회사가 불편하게 느낄 만한 콘텐츠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게시판이 사라졌다. 회사가 아닌 제 3자가 운영하는 게시판이 있다면 적어도 한국에서는 성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국은 시장이 크지 않다. 300명 이상 기업 재직자가 250만 명에 불과하다. 우리가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는지 4년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5만5000명, 아마존에서 4만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페이스북과 구글, 애플에서도 각각 1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블라인드 로고가 박힌 후드를 입고 다니면 사람들이 알아보고 내게 인사하는 수준이 됐다.”
▶ 미국에서도 개인정보 처리가 중요한 이슈다.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아예 저장하지 않는다. 블라인드를 만든 후 우리가 지켜온 철학이다. 우리처럼 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다른 기업에 조언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 같다.”
▶ 익명 플랫폼을 운영하다 보면 혐오 발언이나 명확히 사실 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글이 올라온다. 어떻게 이런 문제 어떻게 해결하나?
“한때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익명 앱이었던 시크릿의 창업자가 익명 커뮤니티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이유를 현실과 익명 공간 사이에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라인드는 다르다. 현실과 익명 공간 사이에 ‘일’이라는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다.
블라인드에서는 항상 닉네임 앞에 회사이름이 붙는다. 자신의 회사라는 정체성이 사용자를 따라다닌다. 이는 무엇인가를 말할 때 보다 신중하게 만드는 심리적 장치로 작용한다.
다른 사용자들을 활용한 감시 체계도 효과가 있다. 우리는 혐오 발언, 인종 차별, 성 차별을 비롯해 유저 관점에서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를 사용자가 신고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수준이면 게시물을 숨김 처리하거나 해당 사용자의 활동을 정지한다.”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의 경영을 외부의 인력에게 맡길 수 없는가?
“쉽지 않은 일이다. 책임을 질 수 있는 내부인이 현지로 가는 게 최선이다. 경영은 의사 결정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보고, 결과에 기반해 또다른 결정을 내리는 일의 연속이다. 의사 결정에는 정보가 필요하다. 진짜 정보는 현지 사람들과 소통하고 현장을 체험하면서 나온다. 현지 시장에서 실제 생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외부 인력은 현지의 사정을 잘 알긴 하지만 기민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그에게 주어진 보고 시간은 하루 한 두 시간 정도다. 한국과의 시차 때문이다. 이 짧은 시간에 창업자와 소통해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사업에 영향을 주나.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하지만 이 주제를 유심히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블라인드에는 중국계 사용자가 많아 이 주제에 대해 많은 논의가 오간다. 최근 사용자들에게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낍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응답자가 중국인 혹은 중국계 미국인인지를 함께 물었다. 대다수 중국계 사용자는 무역전쟁으로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퀄컴 같은 하드웨어 회사 재직자들의 불안감이 컸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