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K스타트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
글로벌 협업 '가뭄에 콩나듯'
국내 스타트업은 글로벌 기업과 벤처캐피털(VC)의 관심 대상이다. 기술과 콘텐츠 인프라가 잘 갖춰져서다. 하지만 투자와 교류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해외에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블랙박스’로 평가한다. ‘매력적이지만 아직은 협업하기 조심스러운 시장’이라는 의미다. 바이엘·다이슨도 관심 갖지만…
리서치회사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글로벌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2013년 약 110억달러에서 지난해 530억달러로 5년 새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월마트 이케아 스타벅스 등 웬만한 글로벌 기업들은 사내에 스타트업과 기술·아이디어를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담팀을 신설했다. 조상현 무역협회 스타트업글로벌지원실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기술 협력을 하거나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 쇼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와 달리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글로벌화의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스타트업 생태계 가치는 5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 실리콘밸리(3120억달러)와 중국 베이징(1420억달러)의 각각 1.6%, 3.5%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사례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니베아 라프레리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 바이어스도르프는 최근 국내에서 스타트업 경진대회 ‘니베아 액셀러레이터(NX)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판다 등 국내 5개 뷰티 스타트업과 협업 계약을 맺었다. 심박수를 알려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업체 스카이랩스는 독일 제약사 바이엘과, 유해물질 성분 검출 센서 기술을 보유한 파이퀀트는 다이슨과 각각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동공 시선 등 데이터 수집 기술을 개발한 비주얼캠프도 글로벌 자동차 회사와 기술 협업에 나섰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소장은 “신생 기업은 많지만 허리를 떠받치는 중견 스타트업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라며 “스케일업을 위해선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랙박스 같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한국은 글로벌 기업 우버가 일찌감치 눈독을 들였을 정도로 매력적인 시장이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 가깝고 삼성 현대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할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스타트업 생태계 자체는 매력적인 요소가 넘친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30위 순위권에도 못 드는 이유는 해외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연결성이 낮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정보분석 기업인 스타트업게놈에 따르면 서울 스타트업이 해외 스타트업과 맺고 있는 유의미한 연결고리(글로벌 네트워크)는 평균 2.1개였다. 세계 평균(6.1개)의 3분의 1 수준이다. 외국인 고객 비율도 14%로 세계 평균(23%)보다 크게 낮았다.
전문가들은 바이오·뷰티·정보통신기술(ICT) 등에서 기술적 강점이 있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임 소장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인 토스 이승건 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수백억원을 투자받을 때 한국 금융시장 전반에 대해 설명하느라 현지에서 6개월간 머물렀다”며 “실리콘밸리 VC 관계자들을 만나면 ‘한국 스타트업 시장은 블랙박스(내부 구조가 복잡한 기계 장치) 같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만큼 한국 스타트업 업계가 글로벌 생태계에서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혁신기술 콘퍼런스 ‘비바 테크놀로지 2018’ 참관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9.9%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오현웅 파이퀀트 이사는 “이스라엘은 국경을 넘어 유명 VC와 대기업 간 ‘유대계 네트워크’가 끈끈해 협업 생태계가 굳건하다”며 “슬러시(핀란드)나 스타트업 익스트림(노르웨이)같이 국내외 스타트업 관계자와 투자자가 한곳에 모여 친분을 쌓고 정보를 교류하는 네트워킹 행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