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맡은 배우 이성민
원칙 고수 하려는 형사와
룰 파괴하는 형사의 맞대결
인간 내면에 숨은 괴물 추적
“색다른 스릴러 형사물입니다. 형사물은 대체로 범인을 잡는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는 범인이 아니라 형사를 잡죠. 원칙을 지키는 형사와 원칙을 파괴하는 형사의 대결입니다. 메시지도 특이해요. 제목이 시사하듯 누구나 내면에 괴물이나 짐승이 있다는 얘기지요.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긴장감 있는 이야기예요. 날씨가 무더울 때 보기에 제격입니다.”
원칙을 지키는 형사가 정의롭다는 뜻은 아니다. 두 형사는 모두 악당과 공통분모를 지녔다. 차츰 괴물이 돼 가는 것도 비슷하다. 이성민은 한수 역을 연기하다가 눈의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끓어오르는 감정 연기를 선보여 ‘연기 비스트’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역대급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연기하는 데 에너지를 너무 사용했어요. 현장 사진을 보면 제 모습이 늘 입을 헤 벌린 채 방전돼 있어요. 평소에는 촬영 후 바로 캐릭터에서 빠져나와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제 안의 비스트를 끄집어내려니까 스트레스가 엄청 쌓였어요. 비염이 심한 데다 독감까지 겹쳐 감기약과 두통약을 달고 살았죠.”
이성민은 액션신 가운데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 때문에 더 힘들었다고 했다.
“연기하면서 이렇게까지 사람을 많이 패본 것도 처음입니다. 주먹을 휘두르는 ‘훅’이 아니라 ‘잽’으로 때리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런 액션은 상대 배우가 리액션하기 힘들어서 사고 위험이 있었죠. 오마담(김호정 분)과 춘배(전혜진 분)를 때리는 장면도 그렇고요. 어휴, 차라리 제가 맞는 게 나은 것 같아요.”
현장에서 감독이 더 강한 느낌을 거듭 주문하면서 고된 촬영이 반복됐다. “무엇보다 제 성격과 영화 속 캐릭터가 잘 맞지 않았어요. 내면의 ‘비스트’를 꺼내야 하는데 제 안에는 그런 게 별로 없거든요.”
평소 자신이 없는 배역을 꺼려온 그로서는 포기했을 캐릭터였다. 성장환경과 경험에 따라 배우마다 잘할 수 있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스트’의 시나리오가 워낙 재미있어서 발을 들여놓고 나니 점점 늪으로 빠졌어요. 마지막엔 이상한 모습의 한수가 나왔어요. 저도 몰랐던 내면의 누군가가 밖으로 나온 거지요. 이 작품을 계기로 제가 자신 없어 하는 부분을 한 번 더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배우는 감정의 경험이 중요하거든요. 어느 경지를 한 번 가보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커집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라이벌 형사 역을 맡은 유재명과의 연기 대결이다. 이성민은 함께 호흡을 맞춘 유재명에 대해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연기는 기본적으로 액팅, 리액팅으로 나뉘는데, (유)재명이와 연기하면서 합이 잘 맞아 짜릿함을 느꼈어요. 흥행 부담이요? 저는 그냥 재명이에게 묻어가려고요. 하하.”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