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판 기업들이 줄줄이 분기 적자를 예고하고 있다. 2분기 이마트, 네이버 등에 이어 4분기에는 SK하이닉스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업황 악화에…SK하이닉스도 4분기 적자 가능성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마트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3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눈높이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 실적을 전망한 네 개 증권사의 평균치는 191억원에 불과하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명절 특수와 연말·연초 효과가 없고 종합부동산세까지 내기 때문에 실적이 부진한 시기”라며 “기존점 매출이 줄어드는 것까지 고려하면 예상치보다 실적이 나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악화라는 점이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인터넷 쇼핑이 대세로 자리잡으며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은 줄고 있다. 노브랜드(자체브랜드 상품 전문점), 이마트24(편의점) 등 신규사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경쟁 심화와 오프라인 채널의 구조적 수요 감소로 지속적인 영업이익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인 라인의 적자가 발목을 잡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 1분기 별도 영업이익은 3407억원에 달했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4분기(3449억원)와 비슷했다. 하지만 라인 영업손실 79억엔(약 865억원)을 반영한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2062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2분기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 라인은 지난달 20일부터 총 300억엔(약 3283억원) 규모의 ‘라인페이 보너스’ 지급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데 전액을 반영하면 네이버 연결 영업손실이 1200억원대에 달할 것이란 게 한국투자증권의 분석이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미뤄지면서 SK하이닉스의 적자 우려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2분기 적자설이 4분기로 미뤄졌을 뿐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80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5% 줄 것으로 전망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개선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실적 저점은 2분기가 아니라 3분기 또는 그 이후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며 기업 생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랜 경기부진으로 치명적인 내상을 입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실적뿐 아니라 재무안정성 등 기업 생존에 관한 수치까지 고려해 투자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