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다크루 "수수료 싸고, 24시간 열려 있어…해외서 한국으로 돈 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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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전했다 (13) 해외서도 진심은 통한다
국내서 드문 '해외→한국'
송금 서비스 선보인 소다크루
국내서 드문 '해외→한국'
송금 서비스 선보인 소다크루
한국에서 해외로 돈을 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은행뿐 아니라 여러 핀테크(금융기술) 업체가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반대 상황일 때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돈을 보내려면 수수료가 비싼 현지 은행을 이용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
2015년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던 한 청년은 “버는 것도 많지 않은데 수수료로 다 뜯긴다”는 지인들의 푸념을 듣다가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저렴한 수수료로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타발송금(해외에서 국내로 하는 송금)’ 서비스를 개발하면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했다. 타발송금 전문 플랫폼 ‘소다트랜스퍼’가 나온 계기다. 설립 10개월 만에 정부 규제로 좌절
미래에셋자산운용 출신인 이윤세 소다크루 대표(38)는 돌 다리를 두드리는 자세로 서비스를 준비했다. 4명의 초기멤버가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7년 초 소다트랜스퍼 서비스를 내놨다.
소다트랜스퍼는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국내 은행에 일정 금액을 미리 예치하는 방법을 썼다. 타발송금을 원하는 고객이 있으면 그 금액만큼을 국내 은행 계좌에서 쏴준다. 예치된 금액이 소진되면 해외 계좌에서 ‘뭉칫돈’을 국내로 한꺼번에 들여온다. 금액이 커지면 수수료율이 내려간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수수료 절감만이 아니다. 은행 영업 시간이 아니어도 365일 24시간 송금이 가능하다. 송금 신청이 해외에서 이뤄졌을 뿐이지 실제 송금은 국내 계좌들 사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첫 서비스 개시 국가는 미국이었다.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서비스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1만6000명의 이용자가 몰렸다. 주요 고객은 예상대로 소액송금을 주로 하는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참가자, 해외취업자, 주재원들이었다. 이 대표는 “상당수 해외 거주자가 많게는 5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가면서 100만원 미만의 소액송금을 하고 있다”며 “송금 수수료를 5분의 1 이하로 줄여주는 서비스는 단비와도 같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병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외환거래법에 걸렸다. 정부 허가 없이 해외 송금 서비스를 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미국 서비스는 중단됐고 재개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금융당국에서 원하는 자산 규모 기준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와 보안 솔루션 등에도 목돈을 투자했다. 가까스로 지난해 말 정부 승인이 떨어졌다.
해외 금융사 30곳 이상 접촉
소다크루 직원들은 해외 파트너사를 찾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손잡으려는 업체를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란 설명이었다.
이 대표는 “파트너를 물색하면서 한국 스타트업이 타발송금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를 절감했다”며 “해외 금융업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과 끝이었다”고 전했다.
해외 핀테크 행사와 정부 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했다. 행사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명함을 뿌렸다. 그런 식으로 접촉한 해외 금융회사만 30곳이 넘는다. 출장을 갈 때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을 되뇌었다고 했다. 소다크루는 올초 호주의 금융업체와 정식 파트너십을 맺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일 서비스를 재개한 첫 지역을 호주로 정한 배경이다.
소다트랜스퍼의 경쟁 상대는 일명 ‘역송금 업체’로 불리는 호주의 사설 송금회사들이다. 이들은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영업을 한다. 은행에 비해 수수료는 저렴하지만 제도권 서비스가 아니라는 단점이 있다.
소다크루는 사설 송금업체에 비해 30~50%가량 저렴한 수수료를 적용했다. 언제 송금 요청이 들어와도 10분 안에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은행과 비교해 수일이 빠르다. 영업시간이 아닌 때에는 송금이 불가능한 사설 송금업체보다 훨씬 신속하다.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다. 이 대표는 올해 말까지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의 10%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2015년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던 한 청년은 “버는 것도 많지 않은데 수수료로 다 뜯긴다”는 지인들의 푸념을 듣다가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저렴한 수수료로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타발송금(해외에서 국내로 하는 송금)’ 서비스를 개발하면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했다. 타발송금 전문 플랫폼 ‘소다트랜스퍼’가 나온 계기다. 설립 10개월 만에 정부 규제로 좌절
미래에셋자산운용 출신인 이윤세 소다크루 대표(38)는 돌 다리를 두드리는 자세로 서비스를 준비했다. 4명의 초기멤버가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7년 초 소다트랜스퍼 서비스를 내놨다.
소다트랜스퍼는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국내 은행에 일정 금액을 미리 예치하는 방법을 썼다. 타발송금을 원하는 고객이 있으면 그 금액만큼을 국내 은행 계좌에서 쏴준다. 예치된 금액이 소진되면 해외 계좌에서 ‘뭉칫돈’을 국내로 한꺼번에 들여온다. 금액이 커지면 수수료율이 내려간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수수료 절감만이 아니다. 은행 영업 시간이 아니어도 365일 24시간 송금이 가능하다. 송금 신청이 해외에서 이뤄졌을 뿐이지 실제 송금은 국내 계좌들 사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첫 서비스 개시 국가는 미국이었다.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서비스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1만6000명의 이용자가 몰렸다. 주요 고객은 예상대로 소액송금을 주로 하는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참가자, 해외취업자, 주재원들이었다. 이 대표는 “상당수 해외 거주자가 많게는 5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가면서 100만원 미만의 소액송금을 하고 있다”며 “송금 수수료를 5분의 1 이하로 줄여주는 서비스는 단비와도 같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병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외환거래법에 걸렸다. 정부 허가 없이 해외 송금 서비스를 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미국 서비스는 중단됐고 재개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금융당국에서 원하는 자산 규모 기준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와 보안 솔루션 등에도 목돈을 투자했다. 가까스로 지난해 말 정부 승인이 떨어졌다.
해외 금융사 30곳 이상 접촉
소다크루 직원들은 해외 파트너사를 찾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손잡으려는 업체를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란 설명이었다.
이 대표는 “파트너를 물색하면서 한국 스타트업이 타발송금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를 절감했다”며 “해외 금융업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과 끝이었다”고 전했다.
해외 핀테크 행사와 정부 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했다. 행사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명함을 뿌렸다. 그런 식으로 접촉한 해외 금융회사만 30곳이 넘는다. 출장을 갈 때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을 되뇌었다고 했다. 소다크루는 올초 호주의 금융업체와 정식 파트너십을 맺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일 서비스를 재개한 첫 지역을 호주로 정한 배경이다.
소다트랜스퍼의 경쟁 상대는 일명 ‘역송금 업체’로 불리는 호주의 사설 송금회사들이다. 이들은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영업을 한다. 은행에 비해 수수료는 저렴하지만 제도권 서비스가 아니라는 단점이 있다.
소다크루는 사설 송금업체에 비해 30~50%가량 저렴한 수수료를 적용했다. 언제 송금 요청이 들어와도 10분 안에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은행과 비교해 수일이 빠르다. 영업시간이 아닌 때에는 송금이 불가능한 사설 송금업체보다 훨씬 신속하다.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다. 이 대표는 올해 말까지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의 10%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