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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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엑시트(exit)’란 용어를 자주 쓴다.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사를 키운 데 따른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을 뜻한다. M&A에 보수적인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IPO다. 주식 공개로 일반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주식시장 상장은 만만찮다. 정석대로면 ‘규모’와 ‘이익’이란 조건을 모두 갖춰야 코스닥시장과 유가증권시장을 밟을 수 있다. 투자받을 때마다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스타트업들이 충족하기 힘든 조건이다.

2017년 이전엔 남다른 기술을 갖춘 기업에만 예외를 인정했다. 한국거래소가 무작위로 선정한 두 곳의 기술 평가기관에서 각각 ‘A’와 ‘BBB’ 이상의 등급을 받아야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예선’을 통과한 기업을 대상으로 상장 적격 심사를 한 번 더 거쳤다.

최근엔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 2017년 ‘테슬라 요건 상장’으로 불리는 적자기업 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되는 등 상장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만성 영업손실에 시달리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나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한 사례를 참조해 제도를 정비했다.

이 방식의 기준은 외형이다. 시가총액 500억원, 매출 30억원, 2년 연속 매출 증가율 20%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 시총이 크거나 자기자본이 많으면 다른 조건이 조금 처져도 상장이 가능하다. 작년 2월 카페24가 상장할 때 이 제도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성장성 특례상장’이란 제도도 같은 시기에 마련됐다. 증권사의 책임 하에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자본잠식률 10% 미만 기업을 상장시키는 게 골자다. 상장 후 6개월 동안 주가 흐름이 좋지 않으면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공모가격의 90%를 되돌려줘야 한다. 책임이 무거운 대신 성공에 따른 보상도 크다. 지난해 11월 성장성 특례상장 1호가 된 바이오 업체 셀리버리를 발굴한 DB금융투자는 이 IPO 한 건으로 100억원을 벌어들였다.

기술이 아니라 사업모델의 독창성을 기준으로 상장을 허용하는 ‘사업모델기반 특례상장’ 제도도 있다. 첫 사례는 번역 데이터 업체 플리토로 다음달 상장할 예정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