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불가역 단계는 영변核시설 검증·폐기"…"한중회담 前 시진핑 방북 제시"
"김정은 유연성·결단력 있어…北이 비핵화 조치 집중할 환경 조성해야"
"남북, 군사합의 이행·비핵화 진전 따라 군사정보교환·미사일 군축 가능"
"G20 한일회담, 日에 달려"…日에 제안한 강제징용 해법 "한일관계 진전조치"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북미 양국 간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8~29일 일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하노이 정상회담을 통해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상태의 물밑대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축의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3차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음을 공개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번 인터뷰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AFP, AP, 교도, 로이터, 타스, 신화(영문명 알파벳 순) 등 세계 6대 뉴스통신사들의 공동요청으로 성사됐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 후 공식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동안에도 북미 정상의 대화 의지는 퇴색하지 않았다"며 "정상들 간의 친서 교환이 그 증거의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변함없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대해 문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의 전면 폐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미회담과 비핵화 과정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으면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도 탄력을 받을 것이며, 국제사회도 유엔 안보리 제재의 부분적 또는 단계적 완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촉진자'로서 구상 중인 협상타결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북한이 국제적 검증절차를 거쳐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하면 미국이 제재완화와 체제보장을 비롯한 상응조치를 하는 식으로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미회담과 비핵화 과정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으면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도 탄력을 받을 것이며, 국제사회도 유엔 안보리 제재의 부분적 또는 단계적 완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향후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하면 북한이 어떤 조치를 완료했을 때를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간주할지를 결정하는 게 협상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이른바 '비핵화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과 연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핵포기 의지에 대해 "핵 대신 경제발전을 선택해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분명한 의지"라며 "나와 세 차례 회담에서 빠른 시기에 비핵화 과정을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비핵화와 연계시켜 말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난 정상들은 한결같이 김 위원장의 약속에 대한 신뢰를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나는 김 위원장과 여러 차례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상당히 유연성 있고 결단력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다"고 평가하고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서도 유연성 있는 결단을 보여주길 바라고,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협상 교착국면과 맞물려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의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며 "시기·장소·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나의 의지"라고 언급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핵 폐기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며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 간 친서 교환과 북한의 이희호 여사 타계에 대한 조의 표명,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을 거론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북미협상 재개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가게 될 것"이라며 "이제 그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남북 간에도 다양한 경로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비핵화 진전에 따라 우리 수도를 겨냥하는 북한의 장사정포와 남북 간 보유한 단거리 미사일 등 위협적 무기를 감축하는 군축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며 조건부이긴 하지만 남북간 군축 협의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동시에 "(9·19 평양 공동선언 당시의) 남북군사합의서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향후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상호 군사정보를 교환하거나 훈련을 참관하는 등 군사태세의 투명성을 높이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군사합의서가 남북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줄였다고 평가하면서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한반도의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키거나 비핵화 대화의 파탄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그 효과"라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 가동 재개를 비롯한 남북 경협에 대해서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이후 맞이할 밝은 미래를 선제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남북미에 매력적"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정부는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 북미 대화를 촉진한다는 방향을 유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 "우리 정부는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 전에 북한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시 주석의 방북이 남북 간,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개최가 사실상 무산된 한일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언제든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며 "G20 정상회의 기회를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일본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법원의 일본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한일 기업의 자발적인 기금 조성'이라는 대일(對日) 제안과 관련해 "당사자 간 화해가 이뤄지게 하면서 한일관계도 한 걸음 나아가게 하는 조치"라며 일본 측의 수용을 사실상 촉구했다.
또 "과거사 문제는 한국 정부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과거에 엄밀히 존재했던 불행한 역사 때문"이라며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해결 의지를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