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 전셋값 '9·13 대책' 이후 첫 동반상승…전세시장도 불안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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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오시티 입주 효과 끝나자 속속 상승
재건축 규제 부작용…수급 불안 현실화
전문가 "매매값 상승 자극할 가능성도"
재건축 규제 부작용…수급 불안 현실화
전문가 "매매값 상승 자극할 가능성도"
회사원 배모씨(32·여)는 결혼을 앞두고 서울 잠실 쪽 전세 아파트를 알아보던 끝에 부모님에게 7000만원가량 더 손을 벌리기로 했다. 입주를 고려하던 잠실리센츠 전용면적 59㎡ 전세 가격이 기존 예산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배씨는 “두어 달 전만 해도 6억원대 후반 매물도 있었는데, 최근 다시 알아보니 벌써 7억원대 중·후반으로 가격이 뛰었다”고 말했다.
강남 3구 전셋값 동반 상승
서울 강남 3구 아파트 전셋값이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동반 상승함에 따라 매매값에 이어 전셋값도 불안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 3구 아파트 전세 가격이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일제히 올랐다. 상승률은 강남구 0.05%, 서초구 0.04%, 송파구 0.01% 등이다.
가장 먼저 상승 전환한 곳은 송파구다. 5월 13일 상승 전환한 뒤 6주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강남구 전셋값도 6개월여 만에 상승 전환해 5월 27일 이후 4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주 0.04% 오르면서 38주 만에 반등했다.
송파구는 1만 가구에 육박하는 헬리오시티가 입주한 지 5개월가량 지나면서 전셋값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잠실리센츠 외에 잠실엘스, 파크리오 등이 올초 대비 3000만~5000만원가량 올랐다. 잠실동 H공인 관계자는 “전세로 들어가고자 하는 수요는 많지만 들어갈 만한 집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강남구와 서초구에선 래미안퍼스트지나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신축 대장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조금씩 뛰고 있다.
강남 3구 입주물량 ‘뚝’
전셋값 상승 전환의 주원인은 공급 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강남 3구 아파트 입주물량은 5043가구다. 지난해 1만5940가구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2년 뒤인 2021년에는 더하다. 2021년 강남 3구의 입주 예상 물량은 4426가구로 줄어든다.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 수가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재건축 규제가 주택 공급을 틀어막고 있어 공급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의 영향으로 강남권 신규 공급이 사실상 중단돼서다. 재작년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들의 서울시 심의는 사실상 ‘올스톱’됐다.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가 대표적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정부가 집값 잡기 수단으로 강남권 주요 대단지 아파트의 재건축을 틀어막고 있다”며 “이 가운데 서울시가 재건축 등 민간정비의 모든 사업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도시건축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 인허가는 당분간 물 건너갔다고 보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작년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나간 단지들의 공급이 끝나면 추가 공급물량이 나오기 어렵다”며 “그나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간 단지의 공급도 조합원 내분, 시공사 선정 난항, 설계 변경 등으로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둔촌주공, 고덕주공 2~7단지 등의 재건축이 진행 중인 강동구에서 향후 2년간 2만 가구 안팎의 입주가 예정돼 있지만, 강남권 전셋값 안정에는 기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동구 매매·전셋값 수준은 강북 인기 뉴타운 가격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강남 주민들이 강동까지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선별 완화 필요”
전문가들은 강남 3구 전셋값을 장기적으로 안정화하려면 수요에 걸맞은 새 아파트 공급이 제때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선별 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서울은 도시 개발이 이미 마무리됐기 때문에 재건축·재개발을 통해서만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몇 년간은 재건축을 마친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강남 아파트 공급 부족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물량이 줄면서 전세난이 심해질 수 있다”며 “강남 전셋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매매값을 밀어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입주할 집이 부족해지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조영광 대우건설 하우스노미스트는 “최근 1~2년간 주택 가격이 급등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세 시세는 맥을 못 췄다”며 “공급 부족이 심해지는 2년 뒤에는 전셋값과 집값이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강남 3구 전셋값 동반 상승
서울 강남 3구 아파트 전셋값이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동반 상승함에 따라 매매값에 이어 전셋값도 불안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 3구 아파트 전세 가격이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일제히 올랐다. 상승률은 강남구 0.05%, 서초구 0.04%, 송파구 0.01% 등이다.
가장 먼저 상승 전환한 곳은 송파구다. 5월 13일 상승 전환한 뒤 6주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강남구 전셋값도 6개월여 만에 상승 전환해 5월 27일 이후 4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주 0.04% 오르면서 38주 만에 반등했다.
송파구는 1만 가구에 육박하는 헬리오시티가 입주한 지 5개월가량 지나면서 전셋값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잠실리센츠 외에 잠실엘스, 파크리오 등이 올초 대비 3000만~5000만원가량 올랐다. 잠실동 H공인 관계자는 “전세로 들어가고자 하는 수요는 많지만 들어갈 만한 집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강남구와 서초구에선 래미안퍼스트지나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신축 대장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조금씩 뛰고 있다.
강남 3구 입주물량 ‘뚝’
전셋값 상승 전환의 주원인은 공급 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강남 3구 아파트 입주물량은 5043가구다. 지난해 1만5940가구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2년 뒤인 2021년에는 더하다. 2021년 강남 3구의 입주 예상 물량은 4426가구로 줄어든다.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 수가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재건축 규제가 주택 공급을 틀어막고 있어 공급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의 영향으로 강남권 신규 공급이 사실상 중단돼서다. 재작년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들의 서울시 심의는 사실상 ‘올스톱’됐다.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가 대표적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정부가 집값 잡기 수단으로 강남권 주요 대단지 아파트의 재건축을 틀어막고 있다”며 “이 가운데 서울시가 재건축 등 민간정비의 모든 사업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도시건축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 인허가는 당분간 물 건너갔다고 보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작년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나간 단지들의 공급이 끝나면 추가 공급물량이 나오기 어렵다”며 “그나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간 단지의 공급도 조합원 내분, 시공사 선정 난항, 설계 변경 등으로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둔촌주공, 고덕주공 2~7단지 등의 재건축이 진행 중인 강동구에서 향후 2년간 2만 가구 안팎의 입주가 예정돼 있지만, 강남권 전셋값 안정에는 기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동구 매매·전셋값 수준은 강북 인기 뉴타운 가격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강남 주민들이 강동까지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선별 완화 필요”
전문가들은 강남 3구 전셋값을 장기적으로 안정화하려면 수요에 걸맞은 새 아파트 공급이 제때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선별 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서울은 도시 개발이 이미 마무리됐기 때문에 재건축·재개발을 통해서만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몇 년간은 재건축을 마친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강남 아파트 공급 부족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물량이 줄면서 전세난이 심해질 수 있다”며 “강남 전셋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매매값을 밀어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입주할 집이 부족해지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조영광 대우건설 하우스노미스트는 “최근 1~2년간 주택 가격이 급등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세 시세는 맥을 못 췄다”며 “공급 부족이 심해지는 2년 뒤에는 전셋값과 집값이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