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하늘의 별'이 된 학도병
성공 확률 5000 대 1. 6·25전쟁을 반전으로 이끈 인천상륙작전의 성공 가능성이다. 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성동격서식 양동작전으로 시행한 또 하나의 작전이 있었다. 바로 ‘장사상륙작전’이다.

인천상륙작전 이틀 전인 1950년 9월 13일, 대한민국 학도병 772명을 실은 문산호는 부산항에서 경북 영덕군 장사리를 향해 출발했다. 상륙작전은 이튿날 오전 6시 개시됐다. 높은 파고와 풍랑 등 악조건에도 불구, 국도7호선 봉쇄와 인민군 보급로 차단에 성공했다.

그러나 문산호의 좌초로 철수도 못하고 총알과 식량이 바닥난 상태에서 임무에 충실하던 그들은 전차와 포병을 앞세운 인민군 정예병들과 혈전 끝에 대부분 전사 또는 실종됐다. 부대원들은 불과 2주간의 군사훈련만 마친 중학생과 고등학생 학도병이었다.

맥아더 장군은 장사상륙작전이 적의 시선을 분산시켜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 기억 속에서는 ‘사라져가는 전투’로 남아있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내가 독립군 사령관과 대통령이 된 것은 내가 훌륭해서가 아닙니다. 나를 도와 힘껏 싸워준 무명용사들의 노력 덕분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수많은 학도가 자유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무명의 어린 학군에게 더 큰 추모와 감사를 드려야 하지 않을까.

최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한군에 맞서 싸우겠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52.6%라는 보도를 봤다. 20·30대 평균은 2015년의 75%에 비해 31%포인트나 낮은 44%로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북한 선박의 삼척항 진입 사건은 해군과 해경의 경계태세 붕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명언을 잊었는가.

한반도를 피로 물들인 6·25전쟁이 일어난 지 69년이 지났다. 아직도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며 공개처형한다는 북한의 모습은 여전히 1950년대에 멈춰있는 것 같다. 올바른 통일의 길은 1950년대 수준의 북한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2019년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게 아닐까.

호국의 달. 국가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달이다. 전쟁의 기억마저 흐릿해져가는 요즘,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지고 하늘의 별이 된 772명 학도 호국영웅의 고귀한 애국정신을 새롭게 다져볼 시간이다. 주말엔 장사 전승공원에 전시된 문산호 구경이라도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