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간 인수합병(M&A)을 허용하기로 했다. 경영상태가 나쁜 중소병원의 퇴출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지금은 의료법인이 외부 투자를 받는 것은 물론 M&A도 금지돼 파산하거나 법정관리 절차를 거쳐야만 경영에서 손을 뗄 수 있다.

기획재정부가 26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통해 공개한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에는 제한적·한시적으로 의료법인 합병을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경영이 어려워진 병원이 폐업해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기재부와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구체적인 합병 가능 조건 등을 정할 계획이다.

국내 의료기관은 의사 개인이 세운 병·의원, 학교법인에서 설립한 대학병원, 의료법인에 속한 중소병원 등으로 나뉜다. 학교법인과 사회복지법인은 법인 간 M&A가 자유롭게 이뤄지지만 의료법인은 의료법상 사고파는 게 금지돼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청산절차를 빨리 밟아도 수년 걸리는데 그 기간 의료기기 등 고가 의료장비는 사장된다”며 “호텔롯데에서 이사진 구성권을 매입한 보바스병원, 최근 부동산 매각을 결정한 제일병원은 모두 이런 불필요한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의료법인 M&A를 금지한 의료법이 중소병원들의 경영 상황을 어렵게 한 대표 규제로 꼽혀온 이유다. 다만 이날 발표한 규제완화 정책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의료법인 M&A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17, 18, 19대 국회에서 연이어 발의됐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입법이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의료법인의 M&A를 허용하면 의료 공공성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의 불확실성도 줄이기로 했다. 기업이 요구하면 한 달 안에 의료법상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주기로 했다. 원격의료 서비스 활용을 늘리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광고규제도 푼다. 면세점 공항 등에만 허용된 외국인 환자 대상 광고를 서울 명동, 이태원 등 32개 관광특구에도 할 수 있게 된다. 미용성형 환자의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주는 특례제도는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키로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