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위원 "30분간 3~4명 평가
감 의존해 점수 매길 수밖에"
지난달 공공기관의 면접을 본 한 취업준비생은 최근 취업 커뮤니티 사이트에 “면접 시간이 엄청 짧았다”며 “변별력도 느껴지지 않았고 나에게 관심조차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지원자는 “나도 인성 질문을 못 받았다. 딜레마 상황에 대처하는 법에 대한 질문만 받고 끝났다”는 댓글을 달았다. 다른 지원자는 “전공과 관련한 질문을 더 많이 받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원자 8명의 토론과 인성평가를 블라인드 면접 한 시간으로 끝냈다. 개개인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는 사람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공기업 경영에 관한 지침’을 고쳐 면접위원의 절반 이상을 외부 전문 면접위원으로 채우도록 의무화했다. 내부직원은 실무역량을, 외부 면접위원은 전문성을, 인사담당자는 수험생의 인성을 평가한다. 수험생의 실무역량을 꼼꼼히 평가할 수 있는 내부 면접위원 수는 크게 줄었다. 한 공기업의 면접위원으로 참가했던 김모씨는 “면접시간이 짧고 지원자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 감에 의존해 점수를 매길 수밖에 없었다”며 “30분 동안 3~4명을 제대로 평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들이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사태가 이어지자 공기업 직원들은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는 일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한 공기업 인사담당자는 “채용비리에 연루될까봐 직원들이 면접위원을 고사하는 바람에 채용시즌만 되면 면접위원을 물색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고 털어놨다.
이력서에 학력, 전공 등을 적는 칸을 없애면서 짧은 시간에 오로지 지원자의 말(답변)에만 의존해 평가할 수밖에 없는 점도 불합리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면접위원이었던 박모씨는 “지원자의 말을 검증할 수 있는 정보가 없는 데다 ‘꼬리물기’ 질문을 하려고 해도 다음 지원자가 기다리고 있어 수박 겉핥기식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면접위원에 대한 교육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공기업과 은행 21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면접위원 교육시간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한 곳의 70%가 ‘4시간 이내’라고 답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