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뭘 해도 불신받는 국방부
지난 25일 오전 9시 국방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6·25 제69주년을 기리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오늘은 6·25전쟁 제69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남편, 가족이었던 호국 용사들 그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대한민국을 지켜냈습니다. 더욱 강한 힘으로 지켜나가겠습니다’는 내용이었다. 1시간 뒤인 오전 10시께는 호국영령을 기리는 진혼곡도 올라왔다. ‘우리를 위해 목숨 바치신 호국영령께 이 곡을 바칩니다’는 글과 함께였다.

순식간에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내용은 비난 일색이었다. ‘6·25는 북한의 남침으로 벌어진 건데 가해자에 대한 언급은 왜 없냐’ ‘북한 눈치를 봤기 때문 아니냐’ 등 불만의 글이 폭주했다. 결국 국방부는 첫 게시 후 7시간 만에 ‘북한의 남침’이라는 내용을 넣었다. 해시태그에도 ‘#북한남침’을 추가했다.

이번 일의 앞뒤를 묻는 기자의 말에 국방부 관계자는 “특별한 의도가 있던 것은 아니다”고 했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건 누구나 다 아는 당연한 사실이기에 넣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게 아니라는 해명이다.

국방부의 설명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여전히 ‘북한의 눈치를 본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방부는 지난달 북한의 두 차례에 걸친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인정하지 않았다. 급기야 ‘홍길동 군’이라는 비아냥까지 등장했다. 북한 목선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선 ‘거짓 브리핑’을 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 여부에 관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 국방부가 보여준 행위들은 우리 군이 혹여 ‘북한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국방부 SNS 촌극도 이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오죽했으면 이런 일로 비난을 받았을까. 군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드러낸 것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