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젠과 합병한 제넥신, 유전자 치료신약 개발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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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영철 회장이 직접 밝힌 '막전막후'
3주 전격 작전
제2 도약 '디딤돌'
3주 전격 작전
제2 도약 '디딤돌'
“바이오업계에서는 창업자들이 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커서 합병이 쉽게 이뤄지지 않죠. 제넥신과 툴젠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끼리 힘을 합쳐 신약 개발에 성공한 선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26일 경기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결정된 툴젠과의 합병 배경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제넥신과 툴젠은 지난 19일 합병을 발표했다. 논의한 지 3주 만에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포스텍 교수이기도 한 성 회장은 1999년 제넥신을 창업했다. 2015년 대표이사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앞으로 유전자 치료제가 대세
성 회장은 이번 합병 결정이 제넥신의 미래를 깊이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임원들에게조차 합병 사실을 발표 하루 전에 귀띔했을 만큼 극비리에 추진했다. 그는 “전문경영인인 대표이사는 현재 우리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지만 창업자인 제가 할 일은 현재보다 미래를 책임지는 것”이라며 “머지않아 유전자 치료가 대세가 될 텐데 이 분야를 선도하려면 툴젠의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이 꼭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이 먼저 김진수 툴젠 창업자에게 합병을 제안한 배경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의 주노, 카이트 등 상당수 면역항암제 개발회사들이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며 “유전자 편집을 통해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세포치료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유전자 신약 개발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결의도 내비쳤다. 제넥신은 과거 C형 간염 바이러스 DNA 백신 개발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성 회장은 “임상 실패로 투자도 못 받고 직원이 떠나는 등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연구개발 방향을 개량신약 쪽으로 틀었다”며 “그때 기술보다 더 뛰어난 기술로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뛰어든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적극 추진
성 회장은 툴젠의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전략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유전자가위에 대한 기술 수출도 적극 추진한다. 그는 “올해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전자가위 기술 특허 문제도 면밀히 검토 중이다. 현재 유전자가위 기술 특허권을 주장하는 주요 기관은 툴젠과 브로드연구소, UC버클리 등 세 곳이다. 성 회장은 “브로드연구소와 UC버클리 간 특허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툴젠이 국내외에 특허를 등록하는 데 주력했지만 앞으로 화살이 우리 쪽을 향할 것에 대비해 추가 실험 등을 통해 특허권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성 회장은 오는 8월 말 출범 예정인 합병법인 툴제넥신의 이사회 직속으로 연구개발(R&D) 전략위원회를 두고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그는 “미국의 대표 바이오 기업인 암젠은 이 같은 위원회를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적극 추진해 세계 선두권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국내외에서 좋은 기술을 도입하거나 회사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혁신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와 김진수 창업자는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우리 기술을 사업화할 만한 역량이 있는 사람에게 대표이사를 맡기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병건 SCM생명과학 대표는 “신약 개발의 관건은 기술을 융합하는 데 있다”며 “각자도생하지 말고 새로운 기술들을 융합해 덩치를 키우려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자궁경부암 DNA백신 효과 ‘우수’
그는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암 환자의 면역세포인 T세포 수를 늘려주는 면역항암제 하이루킨의 경우 키트루다, 티센트릭 등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투여 임상을 국내외에서 하고 있다. 성 회장은 “하이루킨을 투여하면 T세포 수가 다섯 배 늘어나 정상인 수준으로 회복된다”며 “T세포 수가 많을수록 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늘어나는데 내년께 임상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자궁경부전암 DNA백신은 개발을 중지했다. 임상 2상 결과가 좋지 않아서다. 반면 자궁경부암 DNA백신은 효과가 뛰어났다. 그는 “대안이 없는 말기 환자 10명에게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를 했더니 10개월 만에 완치되는 사례도 나왔다”며 “머크와 논의해 임상 규모를 확대하려 한다”고 했다.
국내와 유럽에서 진행한 지속형 성장호르몬 임상 2상 결과도 긍정적이다. 성 회장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기고 생산 규모도 일곱 배 이상 확대했다”며 “이 과정에서 시간이 다소 걸려 임상 3상은 내년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26일 경기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결정된 툴젠과의 합병 배경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제넥신과 툴젠은 지난 19일 합병을 발표했다. 논의한 지 3주 만에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포스텍 교수이기도 한 성 회장은 1999년 제넥신을 창업했다. 2015년 대표이사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앞으로 유전자 치료제가 대세
성 회장은 이번 합병 결정이 제넥신의 미래를 깊이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임원들에게조차 합병 사실을 발표 하루 전에 귀띔했을 만큼 극비리에 추진했다. 그는 “전문경영인인 대표이사는 현재 우리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지만 창업자인 제가 할 일은 현재보다 미래를 책임지는 것”이라며 “머지않아 유전자 치료가 대세가 될 텐데 이 분야를 선도하려면 툴젠의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이 꼭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이 먼저 김진수 툴젠 창업자에게 합병을 제안한 배경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의 주노, 카이트 등 상당수 면역항암제 개발회사들이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며 “유전자 편집을 통해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세포치료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유전자 신약 개발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결의도 내비쳤다. 제넥신은 과거 C형 간염 바이러스 DNA 백신 개발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성 회장은 “임상 실패로 투자도 못 받고 직원이 떠나는 등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연구개발 방향을 개량신약 쪽으로 틀었다”며 “그때 기술보다 더 뛰어난 기술로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뛰어든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적극 추진
성 회장은 툴젠의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전략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유전자가위에 대한 기술 수출도 적극 추진한다. 그는 “올해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전자가위 기술 특허 문제도 면밀히 검토 중이다. 현재 유전자가위 기술 특허권을 주장하는 주요 기관은 툴젠과 브로드연구소, UC버클리 등 세 곳이다. 성 회장은 “브로드연구소와 UC버클리 간 특허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툴젠이 국내외에 특허를 등록하는 데 주력했지만 앞으로 화살이 우리 쪽을 향할 것에 대비해 추가 실험 등을 통해 특허권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성 회장은 오는 8월 말 출범 예정인 합병법인 툴제넥신의 이사회 직속으로 연구개발(R&D) 전략위원회를 두고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그는 “미국의 대표 바이오 기업인 암젠은 이 같은 위원회를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적극 추진해 세계 선두권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국내외에서 좋은 기술을 도입하거나 회사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혁신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와 김진수 창업자는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우리 기술을 사업화할 만한 역량이 있는 사람에게 대표이사를 맡기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병건 SCM생명과학 대표는 “신약 개발의 관건은 기술을 융합하는 데 있다”며 “각자도생하지 말고 새로운 기술들을 융합해 덩치를 키우려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자궁경부암 DNA백신 효과 ‘우수’
그는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암 환자의 면역세포인 T세포 수를 늘려주는 면역항암제 하이루킨의 경우 키트루다, 티센트릭 등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투여 임상을 국내외에서 하고 있다. 성 회장은 “하이루킨을 투여하면 T세포 수가 다섯 배 늘어나 정상인 수준으로 회복된다”며 “T세포 수가 많을수록 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늘어나는데 내년께 임상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자궁경부전암 DNA백신은 개발을 중지했다. 임상 2상 결과가 좋지 않아서다. 반면 자궁경부암 DNA백신은 효과가 뛰어났다. 그는 “대안이 없는 말기 환자 10명에게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를 했더니 10개월 만에 완치되는 사례도 나왔다”며 “머크와 논의해 임상 규모를 확대하려 한다”고 했다.
국내와 유럽에서 진행한 지속형 성장호르몬 임상 2상 결과도 긍정적이다. 성 회장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기고 생산 규모도 일곱 배 이상 확대했다”며 “이 과정에서 시간이 다소 걸려 임상 3상은 내년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