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26일 오후 1시31분

13년 동안 표류하던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인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플랫폼파트너스)과 미래에셋대우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은 시공사 부도로 부실화했던 헌인마을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권 인수를 최근 마무리했다.

플랫폼파트너스는 우리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10곳의 PF 대주단이 매물로 내놓은 헌인마을PF 대출채권을 인수했다. 지난 5월 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같은 달 말 본계약을 체결하고, 한 달 만에 잔금 납입을 완료했다. 인수 대상은 대주단이 헌인마을 개발사업 시행사인 우리강남PFV에 빌려준 약 2170억원의 대출채권이다.

이번 투자는 미래에셋대우, 메리츠종금증권, NH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가 자금을 조달해 만든 프로젝트 펀드를 플랫폼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증권사들은 펀드에 자금을 투자하고 플랫폼파트너스가 시공사 및 시행사 선정과 개발 사업 전반을 맡는 구조다.

컨소시엄은 이번 인수를 통해 헌인마을 부지(13만2379㎡)의 77%인 9만9455㎡를 확보했다. 50~60명의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잔여 부지(약 3만㎡)와 규모가 900억원에 달하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채권자들과의 협상까지 마무리하면 전체 사업 부지를 확보해 본격적으로 개발에 나설 수 있다. 헌인마을은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원과 인접해 있어 고층 건물 설립이 어려운 만큼 저층의 고급 주택단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헌인마을 개발사업은 2006년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시공사를 맡고, 이들이 출자해 설립한 우리강남PFV가 시행사로 참여했다. 우리강남PFV는 사업 추진을 위해 우리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2300억원가량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1년 사업이 좌초됐다. 시공사인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대주단의 헌인마을 대출채권 매각은 ‘4수(修)’ 끝에 성공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