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등이 확보한 데이터, 스타트업과 공유하고 싶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지분율이 20% 넘어가면 무조건 대기업으로 분류됩니다. 그러면 갑자기 SK 계열사가 되는 거예요.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26일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 ‘스파크랩 데모데이’를 찾아 스타트업에 마음껏 투자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총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이 총수 일가가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비상장 기업(상장 기업은 30%)과 거래하면 ‘일감몰아주기’ 대상에 오른다. 거래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이면 규제 대상이다.

데모데이 중에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한 그는 ‘굴뚝 기업’ SK그룹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에 대한 고민,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그랩의 창업자 앤서니 탄을 만난 이야기, 후배 창업자들에 대한 조언 등을 풀어놨다.

최 회장은 스타트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SK는 SK텔레콤 등에서 얻는 데이터가 상당히 많다”며 “스타트업이 필요한 관계,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규제 등의 문제가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발하게 만들려면 (정부가) 규제 문제는 해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최근 가장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주제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도 밝혔다. “이미 반도체나 통신 등 디지털 생태계 안에 있는 기업들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당연한 일”이라며 “SK그룹 내부에서 포럼을 열어 토론했더니 90% 넘는 참여자가 굴뚝산업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랩의 창업자 탄과의 조우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최 회장은 “싱가포르에 갔다가 지인을 통해 탄을 만났다”며 “투자도 협업 요청도 아닌 선배 기업인으로서의 조언을 부탁한 그와 교통 등 사회 문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 돌아오자 투자 요청을 받게 됐는데 내부에서는 거절하자고 했으나, 내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한테는 투자해도 좋다고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