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래 경쟁력 걷어차는 교육 평준화 狂風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이 즐비한 4차 산업혁명의 메카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인도, 중국 청년들로 넘쳐난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는 인도에서 날아와 환승하는 인도 승객들이 언제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다.

실리콘밸리의 중소형 아파트 거주자도 대개는 인도, 중국인들이다. 본국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그야말로 노트북 하나 들고 실리콘밸리로 몰려들어 햄버거를 먹으면서 3~4년 일과 개발에 몰두한다. 혁신 제품·서비스 개발에 성공해 구글, 애플 등 거대 IT기업에 인수합병(M&A)돼 일확천금을 손에 넣거나 거대 IT기업에 다니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현재 구글의 최고경영자(CEO)도 인도인이다. 이렇게 실리콘밸리에서 경험을 쌓은 청년들은 귀국해서 조국의 첨단산업 발전을 선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 한국 청년들은 가물에 콩 나듯 드물다. 간혹 보이는 한국 청년들은 미국에서 공부한 청년이기 십상이다. 40여 년 하향평준화 교육 탓에 미적분도 모르는 실력으로는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첨단산업 분야에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한국의 한 IT기업 대표는 한국의 일류대학을 나온 공학도도 첨단 기술분야는 힘들어 해 대개는 범용기술 분야로 밀리는데 몇 년 후면 자연히 영업부서로 나가게 된다고 실토했다. 한국 청년들은 일도 하면서 영어도 배운다는 호주 등지의 워킹홀리데이로 해외에 많이 나가는데 대개는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할 뿐이다.

무엇이 한국 청년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40여 년의 하향평준화 교육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수 고교를 없애고 우열반도 편성 못 하게 해 이미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가 한 학급에서 절반이 넘는다는 공교육이 만들어 놓은 결과다.

세계경제포럼은 ‘교육을 위한 새로운 비전’에서 “21세기 혁신성장을 이끄는 핵심 경쟁력은 인재”라고 결론짓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선 과학·기술·공학·수학의 머리글자를 딴 ‘STEM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1인당 소득을 높이려면 고임금을 주고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발전해가야 한다. 그러려면 우수인재가 필요하고, 우수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수월성 교육이 필수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테크유케이, 스위스 주크 등 첨단 산업클러스터에 명문대학들이 같이 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은 오랜 하향평준화 교육과 갖은 규제로 공교육이 황폐화된 지 오래다. 교육부의 학업성취도 조사결과를 보면 2015~2016년에 5% 안팎이던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017년부터 급등해 2018년에는 11%까지 치솟았다. 기초과학 경쟁력은 중국의 80% 수준이고, 세계 초등로봇대회에서 중국은 2위, 한국은 122위라는 충격적인 결과도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평가한 대학 경쟁력은 2010년 15위에서 2018년에는 27위로 해마다 추락하고 있다.

그 결과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우수인재의 부족이다. AI 분야에서 인재 1만여 명이 부족하다고 하고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 우수인력 부족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이란 하드웨어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는 이유다.

그나마 민간이 투자해 우수인재를 배출해 온 전주 상산고 등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폐지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누군가 실력을 길러 앞서 나가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다는 이념편향의 교육정책 아닌가. 우수인재가 절실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절망감을 금할 수 없다.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청년들을 더 많이 길러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