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장물죄→2심 과실장물죄…대법 "장물정보 확인 가능한지 의문"

대법, 장물 확인 안하고 휴대폰 매입 중고업자 '무죄'
중고 휴대전화 판매업자가 단말기 판매점 직원이 가(假)개통 제품이라고 속인 도난 휴대폰을 사들이면서 장물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장물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급심은 중고 휴대폰 판매업자가 휴대폰 개통정보 등을 파악해 장물인지를 확인했어야 한다며 과실책임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이동통신사가 보유하는 개통정보 등을 확인할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과실성립 여부를 다시 판단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장물취득 혐의로 기소된 정 모(34)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수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정씨는 2014년 7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휴대폰 판매점 직원 A씨로부터 가개통 휴대폰 34대를 2천190만원에 사들였다.

가개통 휴대폰은 급하게 현금이 필요한 고객이 휴대폰을 개통한 뒤 곧바로 단말기를 되파는 휴대폰으로 주로 중고 휴대폰 시장에서 유통된다.

하지만 A씨가 판 휴대폰이 훔친 제품으로 밝혀지자, 검찰은 정씨가 장물인 것을 알면서도 사들였다며 고의범죄인 장물취득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는 정씨가 장물인지 알고서도 도난된 휴대폰을 고의로 사들였는지, 또는 충분히 도난된 휴대폰인지 알 수 있었는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영업시간 종료 후 야간에 A씨와 단둘이 은밀히 만나 휴대폰을 매수한 점 등을 살펴보면 휴대폰이 장물인 것을 알고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물취득죄를 적용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정씨가 휴대폰 매입 당시 인터넷으로 장물 여부를 확인했지만, 도난 제품으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면서 장물인지 모르고 휴대폰을 사들였다고 판단했다.

대신 "단말기 판매점 직원인 A씨를 통해 휴대폰 개통 여부와 개통명의자, 정상적인 해지 여부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업무상과실장물취득에 해당한다고 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중고 휴대폰 판매업자가 이동통신사가 보유하는 휴대폰 개통 여부 등의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2심이 과실성립 여부를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