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번호판을 얻기 위해 다양한 방식이 동원되고 있는데요. 최근 베이징에선 번호판을 얻으려 위장 결혼이 성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베이징 주택 구입자들이 좀 더 싼 부동산 대출 금리와 세금 인하를 노리고 베이징 시민과 위장 결혼을 해왔던 것처럼 새 자동차 번호판을 겨냥한 위장 결혼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로 자동차 번호판 중개업자를 통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는데요. 베이징 후커우(戶口·호적)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남성은 베이징 후커우를 보유한 여성과 결혼해 그 여성이 가진 번호판 소유권을 이전 받는다고 합니다. 비용은 18만위안(약 3000만원)이 들어갑니다. 위장 결혼 이후 정부의 승인을 거쳐 자동차 번호판을 얻는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10~15일 정도라고 합니다. 위장 결혼으로 번호판을 받은 뒤엔 곧바로 이혼할 수 있습니다. 중개업자는 한 쪽이 갑자기 이혼을 거부하는 것을 우려해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계약 조항에 넣는다고 합니다.
올해도 베이징시는 10만개의 신규 자동차 번호판을 발급할 계획인데요. 이 중 5만4000개가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신에너지 차량에 할당돼 있습니다. 휘발유 차량에는 3만8000개만 배정될 예정입니다. 지난 4월 기준 추첨을 통해 휘발유 차량 번호판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은 2462대 1 정도입니다. 신에너지 차량 번호판도 이미 43만656명이 대기 중이어서 신규 신청자는 번호판을 얻기까지 최소 8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베이징에 있는 징시 로펌의 쉬하오 변호사는 “위장 결혼으로 번호판을 취득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인 만큼 적발되면 당국에 의해 무효 처리된다”며 “부부간 강간죄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중국 법 체계상 위장 결혼이 각종 성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