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바뀐 음란물 규정…'리얼돌' 수입 허용
여성의 신체 형상을 모방한 성인용품 수입을 허가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성(性) 문화에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같은 성인용품을 ‘음란물’로 본 판례를 16년 만에 뒤집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국내 성인용품 수입업체인 엠에스제이엘이 인천세관을 상대로 제기한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엠에스제이엘은 2017년 여성의 신체를 실리콘 재질로 형상화한 이른바 ‘리얼돌’(사진)에 대한 수입 신고를 했으나, 세관으로부터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반려당하자 소송을 냈다. 세관 규정상 성인용품을 수입하려면 통관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해당 제품은 길이 159㎝, 무게 35㎏에 사람 피부와 비슷한 색깔로 성인 여성의 신체 모양이다. 하나당 가격이 200만~12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지난해 9월 1심에선 성인용품 업체가 졌다. 1심 재판부는 “물품을 전체적으로 관찰했을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며 세관의 수입 금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지난 1월 2심은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과 영미권, 일본·중국 등 해외에서도 사람의 형상과 흡사한 성인용품의 수입·생산·판매를 금지하지 않는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맞다고 봤다.

엠에스제이엘 관계자는 “성인용품을 무조건 ‘음란물’로 보는 것은 편견”이라며 “그동안 정식 수입이 막혀 오히려 시장이 음성화돼 밀수, 사기 등 부작용이 컸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성인용품 중 실제 성기 사진이 패키지에 들어가 있는 상품이나 일부 성기확장보조기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통관이 허용돼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