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에 새로 적용되는 강력한 자본건전성 규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가 초안보다 다소 완화됐다. 당초 계획대로 도입은 2022년에 하되 10~20년의 충분한 ‘완충기간’을 두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7일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2차 회의를 열어 이런 방침을 정했다. 킥스는 보험사 재정이 탄탄한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널리 쓰이는 지급여력(RBC)비율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춰 개선한 지표다.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하는 등 기준이 깐깐해져 멀쩡한 보험사가 장부상 부실회사로 돌변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킥스 도입과 동시에 전면 적용하지 않고, 충분한 경과기간을 설정해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시행 첫 2~3년 동안은 RBC비율과 병행 운영하기로 했다. 킥스가 본보기로 삼은 유럽연합의 솔벤시Ⅱ 역시 2016년 도입하고도 2032년까지 경과기간을 둔 점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급격한 자본건전성 강화가 오히려 금융체계에 충격으로 작용하는 ‘건전성의 역설’이 나타나선 안 된다”며 ”보험사가 예측 가능하고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사들도 킥스 시행 초기부터 금감원 권고치(150%)를 안정적으로 넘도록 사전 노력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4월 나온 킥스 초안을 국내 보험사에 적용했을 땐 부실(100% 미만)로 판명되는 곳이 여럿 나왔다. 이날 회의에선 초안을 개량한 ‘킥스 2.0’이 제시됐다. 계산법을 일부 조정해 보험사별 수치가 조금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킥스 3.0’을 마련하고, 이와 별도로 채권평가손익 인정기준 개선안을 3분기에 내놓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