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3만 시간 리스크 따진 금융맨, 바젤 은행규제를 말하다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지난 1월 금융회사의 시장 리스크를 계산하는 기준서를 발표했다. 은행이 보유한 트레이딩 자산에서 발생하는 시장 리스크를 분석해 조직 전체의 BIS 비율 산출에 반영하는 규정이다. 종전에 소홀히 다뤄졌던 테일 리스크(발생 확률이 낮은 리스크) 등도 잡아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대한 리스크를 잘못 계산해 파산에 이른 리먼브러더스 같은 사례를 방지하겠다는 목적이다. 국내 모든 은행은 2022년 1월부터 이 기준서에 따라 시장 리스크를 평가해야 한다.

《시장리스크(FRTB 2019) 2%의 모든 것》은 BIS가 내놓은 기준서 ‘트레이딩 북에 대한 근본적 검토(FRTB)’의 내용과 기준서에 나오는 내용에 따라 실제로 자본량을 계산하기 위한 방법, 구체적인 적용 사례 등을 담고 있다. 책을 쓴 조응규는 금융회사 리스크 관리만 25년 넘게 담당한 인물이다. 은행에서 12년, 금융감독원에서 11년간 근무했으며 2012년 이후 금감원에서 나와 리스크 관리 컨설팅을 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리스크관리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리스크 관리 업무를 담당한 시간만 3만 시간이 넘는다. 금융사와 금융감독 당국을 두루 경험해 원칙과 현실 사이의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고 있다.

저자는 리스크 관리가 ‘리스크 헤징(피하기)’이 아니라 ‘리스크 테이킹(취하기)’이라고 강조한다. “우리의 삶은 매 순간 리스크 테이킹의 연속이고,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모두 리스크 촉발인자”라는 관점이다. 따라서 리스크를 없애거나 피하려는 게 아니라 정확한 정보에 바탕해 결정하고 그 결정의 한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모든 리스크 관리자는 리스크 대비 수준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두고 늘 고민하게 마련이다. 이 책은 그런 ‘숙제’를 안고 사는 리스크 관리 담당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돼 줄 것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