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들의 잔혹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소년법 개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9일 광주에서 고교생들의 집단폭행으로 사망자가 나온 데 이어 최근 경북 칠곡에서도 고교생 11명이 또래 학생들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 범죄를 엄벌하겠다고 내놓은 수많은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는 지적이다.

줄잇는 청소년 강력범죄

도마에 오른 '소년법'…개정안 국회서 '쿨쿨'
지난 25일 경북 칠곡경찰서는 19명의 중·고교생을 원룸에 감금하고 폭행한 20대 2명을 특수폭행·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고교생 11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겼다. 가해자들은 단순히 “버릇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을 가둬두고 소주병, 목검 등으로 폭행했다.

지난 6일 광주에서는 한 10대 청소년이 4명의 친구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해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들은 두 달가량 친구를 상습 폭행하면서 물고문 등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수사 초기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살해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피해자 부모·친족들은 피의자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피해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칠곡 폭행사건 피해자 부모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가해자들은 불구속 수사 중임에도 친구들을 시켜 신고한 사람을 찾고 있다”며 “(미성년자라서) 감형받거나 솜방망이 처분을 받지 못하게 도와달라”고 글을 올렸다.

현행 소년법 및 특정강력범죄법은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만 14세 이상~18세 미만이면 최고 징역 20년형까지만 가능하다.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할 수 없다. 소년부로 송치됐을 땐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강한 처벌을 면할 수 있다 보니 소년범 처벌 수위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2017년 ‘인천 초등생 유괴살인사건’을 계기로 표창원, 장제원 등 다수 국회의원이 소년범죄자의 엄벌 또는 교화를 위한 소년법 개정안을 제시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나빠지는 죄질, 처벌수위 높여야”

청소년 흉악범죄자 수는 최근 3년간 증가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살인, 강도, 방화 등 흉악범죄에 해당하는 소년범은 2015년 2713명에서 2017년 3463명까지 늘었다. 폭력범죄를 저지른 소년범 수도 2016년 2만 명 아래였다가 2017년 들어 2만1043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소년범 중 형법상 범죄를 저지른 비중은 80%를 넘어선 지 오래다.

소년범 처벌 수위가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현장 종사자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시행한 ‘소년사법제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형사처벌 미성년자 연령(만 14세 미만)의 적절성에 대해 소년원 종사자의 73.2%(270명), 보호관찰관의 70.7%(29명) 등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소년범의 재범률이 높아지는 원인에 대해서도 소년원과 보호관찰소 종사자들은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을 각각 1, 2순위로 꼽았다. 다만 소년부 판사와 국선보조인들은 ‘보호처분을 종료한 소년에 대한 사후 보호체계 미비’와 ‘비행을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 미비’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소년범 처벌 강화와 함께 교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흉악범죄에 한해 성인과 같은 기준으로 재판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며 “소년범을 교화할 수 있는 정책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