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의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가입자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손해율은 오르고 시중 금리는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株 추락…출혈 경쟁에 바닥 안보인다
한화손해보험은 올 들어 27일까지 29.54% 하락했다. 지난해 하락률 27.40%를 넘어섰다. 현대해상도 마찬가지다. 작년 12.66% 하락한 데 이어 올해는 29.84% 떨어졌다. DB손해보험은 올해 15.20%, 메리츠화재는 5.03% 하락했다. 안정적인 실적과 높은 배당 수익률을 앞세운 업계 1위 삼성화재도 지난 4월까지 13.01% 올랐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올해 상승률이 0.56%로 뚝 떨어졌다.

치열한 가입자 확보 경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독립법인대리점(GA)을 앞세운 살벌한 가입자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5대 손해보험사의 2분기 합산 순이익은 57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9%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작은 메리츠화재였다. 메리츠화재가 GA에 주는 수수료 수당을 높이면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고, 다른 보험사가 점유율 방어를 위해 GA를 통한 경쟁에 동참했다.

SK증권에 따르면 중대형 GA(소속 설계사 100명 이상)에서 일하는 보험 설계사는 지난해 7900여 명 증가한 반면, 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1만900여 명 감소했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전속 설계사보다 GA 설계사에게 주는 수수료가 높아 보험사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한정된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이 장기화되면 모두가 패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중 금리 하락과 손해율(사고보상금/보험료) 상승까지 겹치며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2017년 이후 판매된 신(新)실손보험 손해율이 오르고 있는 게 주된 원인”이라며 “내년까지 손해율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경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은 만큼 당분간 반등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한화손해보험은 올해 순이익이 645억원으로 지난해(818억원)와 2017년(1476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화재가 그나마 유망한 손해보험주로 꼽힌다. 사업비 증가에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고 배당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화재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9657억원이다. 지난해 1조733억원보다 10.0%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화재의 배당 수익률은 4.3%로 한화손해보험(3.2%), DB손해보험(3.3%), 현대해상(4.0%), 메리츠화재(4.0%) 등 손해보험주 가운데 가장 높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